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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Nov 11. 2016

생각의 변화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사람의 생각만큼 자주 바뀌는 것도 없다. 최근에 페미니즘 관련 이슈들로 주변을 보는 시야가 많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과거에 했던 말들이 얼마나 ‘남성적’이고 ‘불평등’했는지 스스로 깨닫고 놀랐던 적이 많다. 
  
좋아했던 책이나 만화를 봐도 이제 그 작품들이 새롭게 보인다. 불평등 사회에 대해 눈을 뜨고 나니, 이 사회가 얼마나 차별적이고 내가 그것에 동조했는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전체주의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 지금 다시 군대를 간다면 저것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 때문에 버티지 못하겠지만, 가장 힘든 것은 개인 시간과 공간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나 또한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평범한 학생으로 초, 중, 고 12년을 지냈었다.(참고로 초, 중, 고 모두 개근상을 탔음.)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한국 특유의 공동체주의와 권위주의가 몸 속 깊이 베었었다. 나 또한 고등학교 때만 해도 ‘체벌’에 동의를 했었다.(지금은 절대 반대)
  
그것들에 무엇이 문제가 있는지 자체를 인식도 못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것들은 그저 무척이나 ‘당연한’ 것들에 불과했다. 내 생각이 조금 바뀌었던 것은 아마 재수를 하게 되면서였던 것 같다.
    


   
평범하게 남들과 같은 길을 살아오며 크게 미끄러진 적도 없던 내게, ‘재수’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실패’를 겪어본 일이 없었다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일 년간 넘어져 있었던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가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나의 열아홉 살과 스물 한 살은 너무도 달랐던 것 같다.
 


   
군대는 그나마 어릴 때 가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12년간의 ‘학습’이 내 몸 속 깊은 곳에 남아 있어 군생활의 부조리들에 큰 의문을 갖지 않고 넘길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나 또한 그러한 ‘사회적 규칙’을 만드는 사람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전역을 하고 또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 번 더 변했다. 철저한 개인주의 신봉자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한국 특유의 공동체적인 무언가가 너무도 싫었다. 내가 어떻게 고등학교 생활과 군대 생활을 잘 견뎌냈는지 스스로 반문할 정도로 그러한 것들을 질색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학에 다니는 내내 아웃사이더로 지내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변화'는 '변화'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과정이 변화가 아니라 발견이었을수도 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감춰뒀던 게 드러났다는 것 말이다. 

어쨌건 오늘 혼밥을 하는데, 예전이었으면 혼밥을 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이런 글까지 쓰게 됐다. 예전이었다면 신경쓰였을 혼밥이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니.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러한 생각도 곧 변하고, 나는 다시 혼밥을 못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노릇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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