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빅뱅이 데뷔한지도 어느덧 십 년이 넘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시간이란 참 빠르게 흘러가는구나, 하는 뻔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이십 대 중반에 대학을 다니며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했었다. 함께 알바를 하는 아이들은 나보다 4살 정도 어린 친구들이(90년대 생) 많았다. 그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다 어쩌다 서태지 얘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들은 서태지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 사실이 내게는 무척이나 충격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서태지는 모든 말과 행동, 음악 하나가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던 사람이었다. 아무리 어렸다고 해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태지를 잘 모른다니...
그 아이들이 기억하는 서태지의 모습은 솔로 2집(울트라맨이야)때의 붉은 색 레게 머리였다. 내가 기억하는 서태지의 모습(왁스를 잔뜩 바르고 안경을 끼었거나, 스노우 보드복을 입은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물론 나도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는 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 정도로 나이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 터울이 좀 있는 친척 누나들 덕분이었는지, 서태지가 갖는 위상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유희라고 해봐야 TV보는 게 고작이었고, TV 보는 것도 상당히 좋아했기 때문에 가요 방송도 열심히 봤었다. 그랬기 때문에 서태지라는 아이콘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정말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서태지는 하나의 돌풍이었다.
하지만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나보다 고작 4년 늦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서태지의 최고 전성기는 기억되지 못했다.
어쨌거나 그 친구들에게 서태지가 come back home이란 곡을 발표하면서 가출청소년들이 일제히 집을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친구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거짓말 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었다. 그 친구들이 영국에서는 문맹인 거지들도 wonderwall의 가사는 부를 줄 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기겁할 것이가. 아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낡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다.
나또한 나보다 3~4살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와 추억과 전설의 가수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보다 또 3~4살 많은 사람들의 기억은 또 다르다. 같은 맥락으로, 군대는 언제나 힘들지만 언제나 좋아지고 있다.
다른 문화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삐삐(무선호출기)도 내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일부 아이들은 실제로 사용했을 정도로 익숙한 것이었지만, 1~2년이 지나자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취를 감췄었다. 지금은 핸드폰은 물론, 스마트폰이 없던 세상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또한 새 시대는 새로운 신화를 원한다. 얼마 전 트와이스의 새 앨범이 역대 여자가수들 중 최고의 음원 수익 성적을 기록했다는 글을 보았다. 이 시대엔 이 시대의 신화가 쓰여져야 하고, 그것이야말로 대중이 원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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