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다니기로 결심하고 집 근처 ㅈ성당에 전화를 해 보았다. 성당에 다니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우선 예비 신자 교육을 듣고난 후 세례를 받으라고 한다.
성당은 물론 아무나 다닐 수 있는 것이지만, 정식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6~8개월 정도 교리 공부를 한 뒤 세례를 받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톨릭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종교에 귀의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 예비 신자 교육은 언제 시작되냐고 물어봤더니, 4월 중순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 2~3주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지금 나와도 된다고 한다. 교육은 매주 수요일 저녁 8시부터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씩 하게 되니, 시작에 맞춰서 나오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간다고 말을 하고, 지난 주말에 문구용품점에서 노트 한 권을 샀다.(여자친구가 사줌) 교육을 받으며 배우는 것을 필기 / 정리할 용도로 산 것이다. 여자친구를 따라 성당에 몇 번 가보았지만, 늘 미사 순서가 왜 저렇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끝나고 7시 반정도에 맞춰서 성당에 갔다. 8시 시작이지만 첫날이니 조금 일찍 가 보았다. 가서 수녀님께 예비 신자 교육 받는 곳이 어디냐고 여쭈어보니 안내해주셔서 들어가서 앉아있었다. 30분 일찍와서 그런지 나밖에 없었다.
좀 앉아 있으니 봉사자 분들께서 오셔서 교육에 필요한 책을 주시며 신청서를 작성해달라 고 하셨다. 봉사자 분들은 신부님이나 수녀님은 아니고, 평신도인데 예비 신자 교육을 도와주시는 분들이셨다. 우리 엄마와 또래이거나 약간 어려보이시는 여성 두 분이셨다.
신청서를 적고 책을 보고 좀 앉아있으니 사람들이 속속 들어왔다. 대략 10~12명 정도 되어 보였는데 절반은 20~30대 젊은이, 나머지 절반은 5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었다. 다들 어떤 사연으로 천주교를 믿을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했지만, 아직 뻘쭘해서 그냥 앉아 있었음 ㅎㅎ;;
8시가 되니 젊은 신부님 한 분이 들어오셔서 교육을 시작하셨다. 나보다도 어려보였는데, 보좌신부라고 하였다. 교육은 대학의 교양강의처럼 진행되었다. 미리 준비한 PPT와 화려한 언변으로 천주교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천주교 교리에 대한 내용이니 거부감이 있거나 하는 분은 패스할 것)
오늘은 3강이었는데, 내용은 '전례'와 '신심행위'에 대한 것이었다. 배운 것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전례'는 라틴어 리투르기아(liturgia)를 번역한 말로 간단히 말하자면 '천주교에서 규정한 공식 예배'이다. 매일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미사도 전례이다. 또한 천주교는 전 세계가 매일 동일한 내용으로 미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나라별로 언어가 다르지만, 미사의 내용은 동일하다는 것인데, 이건 정말 흥미롭다.
그리고 전례는 천주교의 중심 조직인 교황청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성직자가 공식적으로 발행된 전례서에 따라 진행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곧, 우리는 교황청에서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한국에서 전례를 진행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전례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신심행위는 전례와는 다르게 공적인 성격이 없다. 개인이 하는 묵주기도 같은 것이 대표적인 신심이라는데, 아직 내가 묵주기도 같은 게 뭔지 잘 몰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다만 주는 무조건 전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미사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들이 모여 만든 공적인 성질이 없는 신심행위는 결국 보조적인 역할일 뿐이라는 얘기.
이것 외에도 천주교 안에서만 사용하는 달력인 전례력의 구성, 미사의 순서와 각 순서의 의미, 신부님들이 입는 옷이 가진 의미 등에 대해 배웠다.
강의는 대략 50분 ~ 1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마치 대학교 교양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더구나 시험이 없는 수업없이 종교와 역사에 대해 배우는 기분이라 좋았다. 다만 1회부터 배웠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는 젊은이반 / 어르신반으로 나누어 봉사자 한 분과 함께 간단한 교육을 더 했다. 젊은이반은 나까지 총 5명이었는데, 오늘 새로 온 사람이 나 포함 3명이나 있어서 서로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교육은 대단한 건 아니고 성호긋는 법, 성경 보는 법 같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교육과 주일 미사에 성실히 참여해야만 세례를 받을 수 있으니 꼭 빠지지 않고 참석하라는 얘기도 들었다. 전반적으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봉사자님의 말씀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지금은 각자의 의지로 성당에 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지나서 보면 다 하느님이 이끄신 것을 느낄 것이다"는 말이었다. 사실 예전에는 그런 말이 자신의 의지가 부재한 것으로 느껴져서 뭔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종교를 믿어보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들으니 무언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말로 느껴졌다. 역시 서 있는 곳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튼 성당에 정식으로 처음 나가본 소감은 생각보다 좋았다. 무엇보다 천주교는 그 종교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뒤에 귀의할 수 있다는 점이 좋게 느껴졌다. 여자친구를 따라서 성당을 가고 미사에 참여도 해봤지만 그 내용과 순서가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이렇게 교육을 듣고 보니 새롭게 보였다.
어쨌든 아직 1번 갔을 뿐이기 때문에 뭐라 코멘트 달기가 애매하지만, 앞으로 매주 1번의 교육과 주말에 미사에 1번씩 꾸준히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