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소망

by 통나무집

얘들아.


나는

너희들에게


꼭꼭 감추었던 속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적으며

응어리진 마음, 엉클어진 감정들을

한 가닥 한 가닥 풀어낼 수 있는

하얀 공책이 되고 싶고


지치고 힘들 때

고달픈 몸을

잠시 누이고

아픈 팔다리를 주무르며

괜찮아

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

속삭이며

다시

씩씩하게 걸어갈

기력을 회복하게 하는

조그만 방이 되고 싶고


더러워진 오염수처럼

짜증 나고 화나고 원망스러운,

탁해지고 어두워진 마음을

넉넉히 품고

맑게 정화시켜

너른 바다로 보내주는

갯벌이 되고 싶구나.



얘들아.


때론

너희 마음에

슬픔, 분노, 수치, 불안...

바라보기도 싫고

손대기도 버거운 감정들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지.

그 감정들은, 사실

인생이 너희들에게

무언가 소중한 가르침을 주기 위해 보내준

손님들이란다.

그 손님들을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힘들어도 그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보렴.

슬픔은 우리가 놓쳐선 안 될 가치에 대해

분노는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정의에 대해

수치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존엄에 대해

불안은 우리가 미리 대비해야 할 순간들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해 줄 거야.



얘들아.


나는

너희들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여백이 되어주고

지친 몸과 고달픈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마치 갯벌처럼

더러워지고 탁해진 마음을 넉넉히 품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면 좋겠구나.


얘들아.


우리가 함께 보내는

지금 이 시간

바로 여기에서


함께

어른이 되어가자.


약속할게.

선생님도 너희 앞에서

참된 어른으로 서 있기 위해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온 마음과 힘을 다할게.


너희는

신께서 너희에게 허락하신

너희의 속도대로

너희의 방식대로

너희의 색깔대로


그렇게


참된 어른으로 자라나면 좋겠구나.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수업의 기쁨과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