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가 말하는 외국계기업 - 문화 (Culture)
오전과 오후의 업무시간 비율은 대략 4:6 정도 됩니다. 그래서인지 오전시간은 오후시간에 비해 업무가 더 빡빡한 느낌입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이미 진이 다 빠진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게 오전 내내 정신없이 업무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허락되는 "비업무"시간입니다. 즉, 휴식시간이죠.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이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시간만은 아닙니다. 남은 오후를 보낼 (종종 저녁까지도 보내야 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편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허기를 채우고 충전을 합니다. 다른 누군가는 식사를 건너뛰고 동료들과 상사욕을 하며 커피한잔 하며 충전을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충전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충전"이 모든 회사에서 허락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긴 하겠지만, 아직도 일부 구시대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는 강제로 팀 단위로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이제는 많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친한 직장동료들과 함께, 혹은 외부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서 식사를 합니다.
다만, 아직도 "혼자 점심을 먹는 자"는 여전히 "사회성이 떨어지는 자"로 간주하며, 염려와 걱정(?!)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시선은 염려와 걱정으로 포장한 다른 형태의 "평가"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저렇게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못해서야 어디 직장생활 제대로 하겠어?"라는 시각 말이죠.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비업무"시간을 실은 "업무"시간으로 보는 시각인 겁니다.
그러다보니, 혼자 점심을 먹는다고 말을 하기 위해서는 이 시각에 맞서기 위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니, 나 혼자 밥 좀 먹겠다는데, 그게 용기씩이나 필요한 건가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외국계회사에서는 "혼자 밥 먹는 문화"가 더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점심시간은 오롯이 개인적인 시간이니, 사적 시간으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지 평가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리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밀린 일을 한다던지, 웹서핑을 한다던지, 혹은 비어있는 미팅 룸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아무도 그 직원의 혼밥을 "사회성"과 결부시켜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많은 외국계 직원들은 본인들도 종종 혼밥을 하는 그저 익숙한 문화일 뿐입니다.
좀 실용적인 관점에서 "점심 혼밥"의 장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 누구랑 밥을 먹어야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여럿이서 밥 먹을때마다 발생하는 메뉴선정의 충돌따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 내게 주어진 한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 충분히 쉴 수 있다
친한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밥을 먹듯이, 혼자 먹는 점심도 그냥 점심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걸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문화는 조직 구성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개인의 영역, 그게 공간이던 시간이던, 존중해주면 되는 겁니다. 그게 사생활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이니까요.
글 | Max Seo
메일 | itsallyoursma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