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쉬고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by 적적

가을이 습격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 새벽 세시가 되면 손바닥으로 일으키는 바람으로도 낙엽이 떨어집니다. 길을 걸으며 이 많은 낙엽이 언제 떨어졌을까 생각을 해봤다면 새벽에 모두 떨어진 낙엽일 것입니다.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던 나뭇잎도 길에 떨어지면 그림자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윤기 있는 검은 그림자를 지녔습니다.


동네엔 새벽마다 종소리가 스피커로 들립니다. 커다란 양은솥에 순두부를 싣고 아주 느린 속력으로 지나갑니다. 잠시 정차한 종소리가 들리면 누군가 양말만 겨우 신고 달려 나가 종소리를 부릅니다. 종소리가 멈춰 섭니다.


아저씨가 차에서 내립니다. 양은솥뚜껑이 열리고 온천지가 순두부가 피워 올린 안개로 골목이 가득 차오를 것입니다. 순두부의 안개가 작은 양은 냄비로 피어납니다. 일회용 비닐봉지 안으로 양념장이 담기고 두부 파는 아저씨가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휘릭 흐르지 않게 그리고 풀기 쉽도록 묶어버립니다.


이 도시의 새벽에 종소리는 순두부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종소리에 대해 시끄럽다거나 잠을 깨운다거나 불평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간혹 누군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거나 순두부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건 그만큼 깊이 잠들었다는 것입니다.

한동안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건 전날이 그토록 치열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이곳에 살기 전부터 이곳을 지나갔을 이 새벽의 종소리를 되뇔 필요는 없습니다. 종소리는 무심하게 지나가며 잠시 멈춰 서서 안개를 피워 올렸을 테니까.


고양이 모란이 종소리를 듣고 창가에 앉아 작은 트럭을 바라다보다 제게 달려옵니다.


종소리가 새벽을 몰고 다닙니다.


아침이 두부 장수처럼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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