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로 가는 중

도돌이표가 눈앞에 보입니다.

by 적적

책을 읽어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사람에게서도 말이죠. 엄마는 간식을 챙겨주시고 거실에 앉아 책을 보곤 했어요.


그런 엄마는 자주 목격되었고 집에 있는 보자기라는 보자기는 다 목에 두르고 뛰어내릴 만한 곳에선 다 뛰어내려 본 아이는.


가장 높은 장독대에 서서

엄마를 외치고 손을 내저으며 쳐다보지도 않으시던 그 수신호가 위험하니 뛰어내리지 말라는 건지 빨리 뛰어내려 너와 함께 엠블런스를 타고 신나게 달려보자는 건 지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다보다 장롱에서 찾아낸 황금빛 보자기를 이미 목에 둘렀으니 계단으로 내려올 수 없어서 고꾸라져 떨어졌어요.


머리에 혹이 났고 발목이 부러져서 한동안 걸을 때마다 이마를–아 그때 생긴 주름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요-찡그렸고 엄마는 매일 찜질을 해주었어요. 그렇게 찜질을 해주시며 손에서 놓지 않은 책이 자그마치


노인과 바다, 폭풍의 언덕이었죠


그 후 엎드리거나, 책상에 앉거나, 팔을 괴거나, 서서 걷거나 혹은 벽에 물구나무를 서서 책을 거꾸로 들고 책을 읽었어요. 엄마는 늘 그러거나 말 거나였죠. 적어도 엄마가 책을 읽을 땐 말이죠.


워낙 느리고 책을 늦게 읽으며 책을 보면서 딴생각을 수없이 하는 아이는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단어장에 모르는 단어를 적듯이 문단을 적어 내려갔어요.


단층처럼 굳어져 정방향으로 혹은 역방향으로 어긋난 기억력은 어제의 기억과 십수 년 전의 기억을 이어 붙여 특히나 책들의 기억은 출처를 알 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머릿속으로 읽었던 책들은 나비 떼처럼 날아다니기 일쑤였죠. 물론 너무나 초라한 작은 무리로 무리라고 하기도 무리가 있을법한.


아침마다 눈을 뜨고 산책을 다녀오고 직장에 나가 지쳐가다 집으로 돌아와 내가 되는 시간을 반복합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화분 속 식물에게 죄책감을 느낄 때 즈음


어떤 위로보다 단단하고 아름답던 문장이 찾아오던 순간이 옵니다.

“되풀이하는 것만이 살아 있다.

되풀이만이 사랑할 만하다.

되풀이만이 삶이다.”

출처> 중급한국어 문지혁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그래서 한동안 사무실을 나와 추운 거리를 걸으며 되뇄던 말.


기억을 되살려내신 그분께도 감사를 드리게 되는 행복한 아침.

이곳은 맑은 날입니다.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내리쬐어야 합니다.



차도 쪽으로 떠밀어놓은 눈을 다 녹여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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