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맥박이 느려진 것 같습니다. 이제야 서로의 안부를 물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에 사는 친구가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의 안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부였습니다.
메일을 보내는 대신 편지지를 꺼냈습니다. 쓰고 있던 편지지 위로 달려든 모란은 손에 쥐고 있던 펜 끝을 바라다보며 어쩔 줄 모릅니다. 그리고 펜 끝을 앞발로 건드려보다 급기야 이빨로 깨물기 시작합니다. 모란이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편지 쓰는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구겨진 편지지를 손에 쥐고 있다가 바닥에 힘껏 던져버립니다. 모란이 가볍게 착지해 구겨진 종이를 몰고 다닙니다. 몇 문장이 쓰였던 구겨진 편지지를 앞발을 아이스하키 스틱처럼 구부려 몰고 다닙니다.
골대가 없는 집안을 한없이 가볍고 만만한 종이를 허공으로 튀어 오르게 한 뒤 벽 쪽에 던졌다가 다시 날아올라 받아내고 바닥에 누워 꼬리를 부풀리고 종이를 앞발로 껴안고 눕습니다.
잠시 그러고 있던 모란이 바닥을 내려다봅니다.
바닥에 검은 물체. 몸을 납작 엎드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출동 준비를 마칩니다.
모란이 바라보는 것을 나도 같이 바라봅니다. 둘이서 천천히 다가갑니다. 작은 날개가 있고 어느 쪽이 머리인지 꼬리인지 모를 몸통이 있고 꽤 오랜 시간 수분을 공급받지 못해 미라 상태로 변한 곤충. 아무리 생각해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태어나 그런 걸. 본 적 없는.
모란이 혹시 먹을까 봐 얼른 손으로 짚어 올리자 모란이 소유권을 내세우며 달라고 보여달라고 난리를 칩니다. 그러던 중 손에서 놓쳐버린 벌레를 주변에서 찾기 시작합니다. 어디로 떨어진 건지 찾아봅니다.
샤워하기 위해 맨발로 화장실로 향해가다가 발바닥에 무언가 밟히는 느낌. 밟혔다고 하기엔 너무 미미한 촉감.
뜨거운 물을 틀고 잠시 물이 데워지는 동안 양치를 합니다. 아직 흐려지지 않은 거울을 잠깐 들여다보고 입안을 헹굽니다.
머리를 털어냅니다. 마지막으로 차가운 물을 틀고 화장실 바닥에 뿌립니다.
그때 흐르는 물줄기 사이로 그 벌레가 날개를 움직이며 떠내려갑니다. 날개는 흐르는 물줄기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날개가 아니라 지느러미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처럼. 샤워기의 끄고 떠내려가기 전에 손으로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습니다.
미라처럼 단단하고 메마른 몸이 날개가 양쪽 지느러미를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날개라고 하기엔 지느러미에 가깝다는 건 그 날개의 넓이는 너무 짧고 두께는 너무 두꺼워 몸통을 날아오르게 할 수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