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되지 않는 나날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by
적적
Dec 7. 2024
수류탄이란 무기가 있습니다. 전쟁 영화에서 흔하게 보이는 핀을 뽑고 적을 향해 던지면 폭발이 일어나고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입니다.
그 수류탄에는 안전핀과 안전클립, 안전손잡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두 안전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폭발을 방지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그 안전핀을 뽑았던 사람은 아직도 류탄을 지니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안전핀을 뽑은 이유도 분분해 보입니다. 이제 이유를 따질 시간도 없어 보입니다.
한 사람이 류탄위에 몸을 덮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너무나 느긋하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문득 떠 올랐습니다. 바람 부는 날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책장 위에서 툭 하고 무언가 떨어지듯이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란 책의 첫 문장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보통 어떤 특별한 감정은 직접 겪어보면 본인은 어떤 것인지 분명 알 수 있지만 이를 남에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 대신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준다면
그래 내 말이 그거라니까 하며 기쁨의 맞장구를 쳐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열여섯 살이 된 영화가 있습니다. 그날은 불규칙적으로 모여 술을 마시고 농담을 나누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지금은 세상에 없는 친구 Y의 집으로 초대되었습니다. 공기는 무겁기만 했어요 친구가 방으로 들어가 기타를 들고 나오자 술잔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았죠.
그리고 그가 기타로 연주했던 곡을 들으며 삼킨 눈물로 눈두덩이가 아팠고 목덜미가 뻐근했으며 연주가 끝나자 조용한 집 안으로 박수가 오랫동안 이어졌어요. 그 박수는 연주에 대한 응원이었고 눈물을 감추느라 애쓰던 남겨진 사람들의 탄식 같은 것이었죠.
꿈을 버리지 못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남자는 떠나간 여자를 잊지 못하죠
넉넉지 못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체코에서 온 이민자 여자는 거리에서 꽃을 파는 여자였죠. 그녀 역시 어린 딸과 어머니를 부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는데요.
거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음악 얘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노래 속의 슬픔을 알아보면서 서로를 응원하게 됩니다.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그 여자는 마음씨 좋은 피아노 가게 주인 허락으로 가끔 매장에 진열된 피아노를 연주하죠.
<원스>는 그냥 더블린의 평범한 일상에서 펼쳐지는 멜로 뮤지컬 형태의 작품인데요.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영어에도 썩 익숙하지 않은 여자는 남자를 당황하게 하는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고 중요한 대목에선 남자의 질문에 체코어로 답하는 모습을 자막 없이 사용해 영화가 끝난 후 체코어 전공자를 찾느라 친구들을 수소문하게 했습니다.
음악과 소통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결국 좋은 세상을 향한 꿈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2ANkkdhWVY
몇 해 전 Y의 아내로부터 동영상이 도착했습니다.
그날. Y 의 아내 무릎에 앉아있던 아들이 자라 이 기타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하다고 되뇌고 있었습니다. 사라진 Y가 다시 어린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서 말이죠.
<원스>는 우연, 감독의 실력 진실과 같은 모든 것이 합쳐진 단 한 번의 기적 같은 순간을 다룬 영화였죠.
불안한 밤을 지낸 사람들은 겨울이 더 차가운 법입니다.
몸의 안쪽도 그리고 몸의 밖깥쪽으로도 조금 따스해지길 바랍니다.
이 겨울 아침 당신에게 따스한 손을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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