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자들을 위한....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늦은 밤에 집을 나서며 길을 걷는다는 건 깊은 밤이 건넨 검은 바탕의 점자책을 읽는 것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금씩 다른 모양의 별을 읽어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밤의 책장은 너무 크고 활자들은 행간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앞서 발음한 단어를 잊기 십상입니다. 그리 늦은 밤도 아닌데 거리는 한산하고 사람들은 활자처럼 멀리 떨어져 걷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기온은 점점 더 싸늘해져 가고 있습니다.
제법 한기가 돌아 소름 돋는 밤입니다.
하염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차가워진 사물들을 손으로 어루만집니다. 소름이 돋아 있는 사물은 저마다의 속성이 점자처럼 표시됩니다.
마치 음료자판기 앞의 작은 표식들을 손으로 만지거나 엘리베이터마다 누를 수 있는 버튼들의 점자들처럼 밤의 식별번호를 만집니다.
오늘 하늘은 1월 18일 06시 30분입니다. 잠시 걷다 보면 시간이 흐른 것을 손끝으로 알 수 있습니다.
차가운 손가락 끝처럼 밤의 사물들의 활자들도 재처럼 사그라드는 밤입니다.
무리하게 보낸 하루였을 것입니다.
무리하지 않았다면 이 밤을 맞이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기특했을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고생했어요 고맙습니다.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