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피아노소리가.
누군가의 나라에선 비는 내리지 않았어요. 그리곤 온종일 흐린 하늘만 시청하였죠. 온통 회색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피곤할 일이라 할 수 있죠.
이렇게 흐린 날에 모란은 창밖을 내다보지 않는 것 같아요. 어쩌면 모란만 그러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온종일 여기저기서 자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죠.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파묻고 잠이 들죠.
오랜만에 라라랜드를 보았어요. 지난 영화를 간혹 보고 싶긴 한데. 음... 불현듯 떠오른 음식을 간절히 먹고 싶어 하는 마음 같은 걸 거예요. 물론 음식 먹고 싶어 하는 마음과 음식을 사러 나가야 하는 게으른 마음이 격렬하게 싸우고 난 뒤 남아있는 마음을 따라야 하는 일이죠. 라라랜드를 다시 본 건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았죠.
어릴 적 동네에 복합 쇼핑센터가 생겼었죠. 친구 어머니가 그곳에 생긴 작은 영화관에서 매점을 운영하셨는데 가끔 토요일 오후에 친구가 그곳 매점에서 일했어요.
그런 날이면 매표소에 있는 덩치 크고 무서운 아저씨에게 매번 매점에 간다고 말하고 작은 문을 통해 매점 안으로 들어갑니다. 과자로 둘러싸인 매점 박스 안 작은 구멍으로 영화 보러 온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어요.
영화가 시작되기 전 눅눅해진 팝콘도 팔고 오징어와 쥐포도 구워서 팔곤 하였죠.
영화가 시작되면 재떨이를 -영화관에서 흡연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비우거나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곤 했어요.
그 일을 하고 마지막 한 타임의 영화 한 편이 남습니다. 친구 누나가 곱게 화장한 얼굴로 나타나곤 했는데 친구 누나가 연애를 시작했다고 귀띔해 주었어요.
누나에게서 식권 두 개를 받아서 쇼핑센터 푸드코트로 빠르게 움직여 달려갑니다. 그곳에서 아주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한천을 후루룩 먹었죠. 혀 끝으로 계속 입술을 핥아야 하는 미묘한 매운맛은 뿌리칠 수가 없었어요.
빵 가게에 들러 야채 고로케 두 개 곰보빵 두 개를 봉투에 각각 담아서 집으로 돌아와 빵 봉투를 건네줍니다. 여동생과 엄마가 좋아했거든요.
서로 매점을 지키는 동안 보았던 영화의 줄거리를 맞춰 보곤 하였습니다. 매점을 비워둘 수 없어서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 봤습니다. 그 친구는 후반부 얘기들을 집요하게 질문하곤 하였어요.
온 집안의 불을 끄고 모란은 계속 모니터를 서성이는데 그 멜로디, 피아노의 선율, 그리고 그 표정들 영화가 끝나고 집안이 암전 된 뒤에도 귀속을 돌아다니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BkjYWEpjm8k
(꼭 클릭해주세요! 같이 피아노 감옥에 수감되길바랍니다)
흐린 날의 바닥을 두드리던 발걸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