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달, 길을 걷는 연필.

발톱은 깎아 씁니다

by 적적

아마도 그날은 회식이 끝난 뒤에도 아쉬움과 아쉬움의 경계선에 발을 빠뜨리며 2차로 3차로 술을 마시던 날이었던 것 같아요. 새벽녘 집에 들어서며 한 번도 의식하거나 바라본 적도 없는 문지방에 엄지발가락을 찧었죠.

술도 많이 취해있던 터라 통증도 없이 발가락을 살필 여력도 없이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어요.

그리고 일요일 아침 눈을 떴는데 엄지발가락에서 박동하는 심장이 느껴졌어요.

엄지발가락의 발톱이 천장을 향해 들려 있었죠. 참 웃긴 것은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나는 마치 쓰레기통 뚜껑을 닫듯이 엄지발톱을 닫아버렸어요.

더 어린아이 같은 행동으로 통증을 참기 위해 동요를 불렀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온통 밤이 시작되기 전 붉은 노을처럼 변해있었죠.

일요일의 심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왼쪽 가슴으로 순항을 하며 올라오고 있었죠. 누구에게 물어도 발톱을 뽑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지만 한 가닥 뿌리를 뽑아낼 수 있을 만큼 나는 용감하지 못했어요.

약국에서 소독약과 가루약을 사다 뚜껑을 열고 소독을 하고 가루약을 뿌리며 견뎌냈어요.

알고 있어요. 병원에 가면 훨씬 빨리, 훨씬 덜 아플 거란걸. 근데 그땐 왜 그리 병원에 가기 싫었던 건지….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죠.

물론 좋은 핑계란 것도 알죠. 어머니가 날 임신하고 발톱을 만들 무렵 아 그때를 기억할 수 없지만, 그 후 첫걸음마를 하고 모든 길을 걷는 동안 나는 걸었고 무언갈 쓰고 있었죠.

발톱은 자라고 매번 발톱을 깎으며 다시 걷고.

발톱은 길 위를 걷는 연필 같은 거구나 하고.

빠지지 않는 발톱 아래 붉은 살이 보이고 그 위로 하얀 달이 보여요. 그 끝에 발톱이 새로 돋아났고요. 태어날 때 썼던 발톱과 새로 돋아나고 있는 발톱 나는 여전히 그 한줄기 뿌리를 낚아 채지 못한 채 발톱 위에 발톱을 덮고 살았어요. 그래서 또 사악하고 영특한 저는 발톱은 몸땅연필 하나를 다른 연필 끝에 붙여서 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죠.

연필 심이 부러져 끝이 날카로운 나무 끝으로 걷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새로 나온 발톱이 헌 발톱을 밀어내며 툭 하고 떨어져 나갔어요.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어요.

638387459885437711_0.jpg

어제 발톱을 예쁘게 깎았어요.

지금 엄지발톱을 보고 있어요.

길 위를 걸으며 발톱을 쓰고 있죠.



아침 산책이 좀 길었네요.



일요일이거든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집안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