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1.

불만투성이아이는 아니었다.

by 적적


6살 적적은 유치원이 싫었다.

그 노란색 병아리 같은 가방이 싫었고 가방에 검은 글씨로 쓴 내 이름이 보이는 것이 싫었고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이 내 가방을 힐끗 보며 네 이름이 OO이구나 하고 아는 척하는 것이 싫었고 유치원 선생님이 우리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싫었다 선생님이 부르면 공손히 네 하며 대답하는 엄마도 미웠다.


간식 시간마다 양철 식판이 싫었고 양철 식판에 올려진 뒤 음식에서 나는 쇠 냄새가 싫었다 늘 히죽 웃으며 하나씩 더 달라고 웃는 아이도 싫었다.

선생님은 그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OOO은 먹는 것도 잘 먹는다고

음식을 잘 먹지 않는 아이로 나를 만들어버리는 일거양득의 화법도 싫었다.


들소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싫었다 내 몸에 부딪히곤 미안해, 라며 흐르는 콧물을 들이마시거나 더 넘어가지 않는 콧물은 옷소매에 닦는 아이들이 싫었다.

그토록 환히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계집아이들이 싫었다.


신발 한 짝만 숨겨 두었던 여자아이는 자기 엄마가 돌아올 즈음 숨겨 둔 신발을 가져다주었다

난 그 아이가 내 이름 부르는 것도 싫었다.

나는 선생님들의 동화구연이 지루했다 그럴 때마다 양말을 벗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열 개의 발가락마다 이름을 지어주었다. 구연동화 선생님은 양말을 벗지 말라며 알림장에 그 사실을 기재해 엄마에게 나를 이상한 놈으로 각인시켰다 자기가 하는 구연동화의 지루함도 모르면서….


하지만 6살 적적은 이미 알고 있었다

기쁨을 주어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특히 흰 타이즈가 미칠 듯이 싫었다 게다가 그 위에 입는 반바지까지 게다가 그 멜빵은 자꾸만 왜 자꾸만 덧없이 흘러 내려가야만 했는지도

그렇게 입어야 하는 날이면 지구가 별과 부딪혀 박살이 나면 좋겠다고 기도했었고

기도는 무시당했다.

이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상이란 말인가?

그렇게 입히고 웃는 엄마도 친구 엄마도 분명 그녀들 모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니라면….

이런 코디는.


그런 날이면 머리도 7:3 가르마를 타서 온종일 기분이 우울했다. 이상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괜찮다며 엄마는 본인 머리에만 신경 쓰는 것도 싫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라는 한낱 피조물이라는 게 싫었다

나는 말하지 못했다 유치원엔 가고 싶지 않다고

나는 초등 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해 겨울.

학예회 연습으로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나 있었다 서로가 맡은 배역의 중요성에 대해 유치원에 기여한 본인의 위치에 대해 사슴 같은 눈망울을 지닌 6살 어린 적적은 매일 강제 징용에 동원되는 나라 잃은 어린이처럼 슬펐다. 이젠 색동저고리까지….

발뒤꿈치를 바닥에 대는 거예요. 무릎은 쭉 펴고 자 더 활짝 웃어요~

늘 한 박자씩 느려지는 율동은 아이들이 다 돌아간 뒤에도 제일 큰 교실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하며 충당했다. 너무나도 큰 치욕과 불만으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중창에선 한 음을 계속 틀렸다 한 옥타브 올린 음은 노래를 흔들었고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막내 선생님은 기어코 내 멱살을 붙잡고 나를 흔들었다

그 학예회의 꽃으로 불리는 율동 시간엔 단 1회로 탈락하였다

나는 갑돌이나 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뒤에 있는 여자 친구와 같은 방향으로 계속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은 끓어오르는 주전자처럼 얼굴이 빨개지더니 밥 먹는 손 쪽으로 고개를 먼저 돌리는 거야 밥 먹는 손 들어봐

그래 그래 옳지~라고 이빨이 아픈 사람처럼 이를 악물고 말하였다


다음번엔 또다시 왼쪽을 돌아보았다 그녀가 아픈 이빨을 빼려는 듯 자기 이마를 손바닥으로 마구 쳤다. 몇 번 더 틀려주니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기까지 하곤 나를 그 춤판에서 빼주었다.

마지막 성극 판에서만 빠지면 되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이 모여 회의를 오랫동안 하시더니 원장 선생님께서 내가 들으라는 듯이 원생들 모두 참여해야 학예회의 의미가 있는 거겠죠 라며 나를 보고 웃었다 나에게 최적의 배역을 하나 찾으셨다

커다란 두꺼운 종이를 둘둘 말아 가운데 구멍을 뚫고 나무처럼 서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더 이상 빠져나올 구멍을 찾지 못한 나는 그냥 서 있기만 하라는 선생님 말씀에 고개를 숙였다. 그 성극에 원장 선생님을 할머니라고 부르는 유치원의 실질적 실세였던 OOO이 주인공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무 평범한 이야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