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아이들은 모여서 키득거립니다. 계집아이들이 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까르르 웃듯이 사내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서로만 알 수 있는 부끄러운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J를 일으켜 세웠다가 가만히 바라다보았죠. 그리고 앉으라고 하곤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어요. 아마도 J의 집안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J의 집안은 대대로 빨간색 계열의 일을 하였어요. J의 할아버지는 오래전 청계천에서 빨간 책이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잡지, 사진 서적을 팔고 계셨다고 해요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니 어떤 책을 팔았는지 판매량이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땐 꽤 잘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었죠.
J의 아버지는 작은 회사에 취직해서 회사 생활을 합니다. 달라진 수요에 따라 달라진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빨간 비디오를 아버지가 팔던 자리에서 판매하였다고 해요 물론 아버지처럼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으로 받은 돈으로 녹화기를 사서 비디오를 녹화하고 판매하였다고 했죠. 책에서 비디오로 바뀌는 순간 모든 책을 사라졌다고 해요. 물론 누군가는 아직도 그 책을 보고 있긴 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디오테이프를 넘어서며 CD가 판매되기 시작되었죠. 일 순간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시대가 다가올 때까지 J의 아버지는 동네에서 제일 큰 집에 살고 있었어요.
우리끼리는 대를 잇는 가업이라며 키득거렸어요. 간혹 J를 데려다가 아주 진지하게 꿈을 바꾸면 안 되겠냐고 심각하게 권유하던 선생님과는 다르게 고문을 이겨내고 독립투사처럼 교무실 문을 나서는 J는 그 꿈을 한 번도 꺾어본 적도 다른 꿈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요.
고등학생이 되자 일본 유학을 갈 생각뿐이었죠. 영화사 몇 곳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은 이제 영화 속에서 친구를 볼 수 있겠다는 선망의 눈으로 바뀌었죠.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죠. 가끔 친구들 앞에서 어눌한 일본어를 하며 환하게 웃었어요.
우리는 Porno Star가 되고 싶다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J를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한 뒤 간혹 들려오는 소문으론 J가 일본 유학을 갔다는 얘기, 일본 대학에 입학하였고 졸업을 하였다는 이야기
가끔은 J가 꿈을 이루어주기를 간절하게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J를 다시 만난 사람은 없었어요. 30대가 다가올 무렵 대구에 모임이 있어 갔다가 J를 만나게 되었어요.
어이 하Star
우린 많이 변한 모습이었지만 서로를 금방 알아보았어요.
우린 서로를 마주 보며 아주 크게 웃었어요.
한동안 영화스텝으로 꽤 여러 군데서 일하기도 하였다고 했어요. 감독제안을 받고도 망설이던 J는 돌연 한국으로 돌아와 선배가 운영하는 일본어 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친다고 했었죠. 대부분 통역이나 번역 일을 한다며 일이 너무 많다고 하였어요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꿈의 경계에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