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쏟아집니다.

달콤한 모래시계.

by 적적



어느 해변에 가면 설탕처럼 하얀 모래가 있다고 했어. 그 모래를 저 안에 담아두면 시간이 달콤하게 흐를 것 같아


에어컨코드를 뽑아두었습니다 선풍기의 타이머를 맞추기 위해 리모컨을 누르다 리모컨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작고 납작한 건전지를 구입하려하지 않습니다.그것은 이미 다가올지 모를 시간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모란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위해 창을 반쯤 열어두었다가 퇴근을 하면 열어둔 창문을 닫아버립니다.


시월입니다. 팔월이나 구월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됩니다.


어릴 때 각설탕이 있던 카페가 있었어요. 입구를 찢어서 넣을 수 있는 설탕보다 꽤 맛있어 보였죠. 30대 초반의 카페 여주인은 각설탕을 내오기 전 종이를 벗겨내 유리 상자 안에 하나씩 꺼내 담는 수고를 했었죠.


유리 상자 안에는 각설탕을 조심스럽게 집어올려야하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집게가 놓여있었어요. 각설탕은 뜨거운 커피에서 햇살에 바짝 말랐다 부서지는 모래 알갱이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어요.


그때마다 저는 아주 달콤한 바람을 마신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에게 얘기했다가 모호한 변태라는 별명이 생겨나기도 했었죠. 그때 내 작은 욕심은 각설탕을 집을 수 있는 그 작은 집게를 훔치는 일이었어요.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결국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한 번도 실행이 옮긴 적이 없었어요.


하긴 테이블마다 작은 손 글씨로 집게를 훔쳐 가지 마세요 라고 적혀 있었죠. 가끔 각설탕을 달라고 하면 여사장은 웃으며 순순히 내어주었어요. 가만히 종이를 벗겨내면 각설탕 두 개가 귀퉁이의 설탕 가루를 종이바닥에 떨어뜨리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죠. 그런기억속에서 따로 각설탕을 먹은 기억은 나지 않아요.


대부분 주머니에 넣었다가 잊어버리고 모래 알갱이 같은 설탕 가루는 주머니 속을 밖으로 거꾸로 뒤집어 가며 가루를 털어냈어요.


모호한 변태였던 날 위해 각설탕 집게를 훔쳐다 준 친구는 돌려주지 말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에 카페에 찾아가 각설탕 그릇에 두 개의 집게가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테이블 아래 살짝 흘려두고 왔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물건을 훔쳐주었던 친구와 작은 모래 시계를 세워두고 모래가 아래로 다 쏟아져 내릴 때까지 젖은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흐르는 땀을 손바닥으로 닦아냅니다.


위쪽에 머물렀던 모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하나의 세계가 아래로 이동하는 그 길고 흐릿한 순간을 다 기억하거나 포착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래쪽으로 눈을 돌려 쌓여가는 모래 산을 바라다봅니다.

이제 사우나에도 가지도 않고 그러니 비오듯 땀을 흘리거나 모래 시계를 바라다보는 일은 쉽사리 지쳐 간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결코 달콤하지 않다는 것까지….


하지만 아직도 설탕을 담아 놓은 유리병을 거꾸로 세워놓곤 합니다.


이 순. 간. 이, 더 달콤해 달라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금 어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