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를 짚으며

미열 만으로

by 적적


침대 매트리스가 회복됩니다. 덮고 있던 간절기 이불이 더 이상 짓누르지 못합니다. 내려 딛는 나무계단 그 끝이 닿지 않습니다. 거실 바닥에 발이 쑥쑥 빠지지 않습니다. 세차게 흐르는 물이 피부와 함께 씻겨 내려가지 않습니다. 커피포트에서 기차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내며 끓어오르는 수증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발목 사이에 목덜미를 비비는 고양이 모란의 털이 축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낮은 온도의 미열로도 살갗이 예민해지는 끓는점이 턱없이 낮은 사람입니다. 40도의 탕 속에 몸을 담그면 잠깐만 참고 있으면 어느 순간 따스한 물이 전혀 따스하게 느껴지지도 않을 온도일 텐데. 고작 1도 혹은 2도가 오르자 온종일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돌아다녔습니다.



37도나 38도의 삶.

지구의 온도가 1도 오르면…. 지구는 힘이 없을 것입니다. 의욕도 없을 것입니다. 걷을 때마다 바닥으로 꺼져가며 어지러울 것입니다. 일 처리가 느리니 일은 쌓여갈 것입니다. 마른기침하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미열이 있는 사내에게 가까운 병원을 추천할 것입니다. 병원에 가지 않을 것을 탓할 것입니다.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을, 면역력에 좋은 음식들을, 담배 피우는 일을 멈추기를, 과일을 먹기를, 마스크를 끼고 다니기를, 손을 씻기를, 운동하기를, 얼마나 많은 일을 하지 못했던 건지 얼마나 해로운 짓을 하고 있었던 건지 기침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옵니다.

1도의 차이로 지구를 떠올린 건 작위적인 발상입니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아주 의외의 얘기를 하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이제 열이 내렸습니다. 다시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혼잣말을 하는 나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마음속으로 하는 말들이니 아무도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극히 옹졸한 마음을 가진 사내는 피의 복수를 다짐합니다.

자…. 이제 어제의 미열을 오늘 사무실에 가서 힐난했던 모든 이들에게 전염시키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듭니다. 그러기엔 그들의 면역력은 철옹성 같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어제보다 내게 꼭 맞는 불행을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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