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여름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으므로 들끓고 있던 한여름에 털이 한없이 빠져도 절대 근심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여름이면 특히, 햇살 가득한 아침이면 움직일 때마다 온몸의 털을 폭죽처럼 터트리며 우다다 계단을 뛰어오르고 갑자기 멈춰 털을 고르다가 느릿느릿 걸으며 그대로 누워 한참을 몸을 웅크리는 동물을 아시나요?
다시 웅크렸던 몸을 길게 늘어뜨려 엉덩이를 세우고 앞발을 쭉 펴고 멈췄다가 등을 곧추 세우고 꼬리를 부르르 털고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새로울 것 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 떠나는 권태로운 것 없는 동물을요.
주변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특히나 그다지 친하지 않으며 딱히 할 말이 없는 사이라면 - 간혹 저의 안부보다 고양이의 안부를 묻곤 합니다.
이 더운 여름 고양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이죠.
모란의 여름결산을 하자면.
무당벌레 5, 모기 2, 등짝이 황금 색인 파리 1, 등짝이 눈부시게 파랗던 파리 1, 주방과 화장실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가 표적이 되어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초파리. 그리고 알게 모르게 침대 머리맡에 두었으나 알지 못한 채 깔아뭉개고 몰랐을 몇몇 곤충들.
올여름 모란이 제게 준 고마움의 표시를 받을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으나 대충 모란과 잘못 방문한 곤충은 벽이나 천장에 붙어있다가 모란의 눈에 발견되었을 겁니다.
모란이 한 곳 만을 바라다봅니다. 총은 아니고 화살도 아니라 새총 같은 눈빛 같습니다. 조준이 어렵지만 움직임이 감지될 때까지 바라다봅니다. 앞발을 뻗고 길게 울음소리를 내면 곤충들이 날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치타처럼 작은 목표물을 향해 돌진합니다.
책상 위에 둔 컵이나 담뱃갑 그리고 책들을 발톱을 세워 디디고 벌레를 쫓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발로 지그시 누른 다음 살며시 앞발을 들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입으로 물고 제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침대맡 제가 볼 수 있도록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깜짝 놀란 표정과 소리를 지르며 그 화려한 추격 전을 축하해 주며 코끝이 축축해진 모란의 이마와 등과 엉덩이까지 쓰다듬어 줍니다.
처음 고양이를 키울 때 고양이수염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수염이 입 주위에 납니다. 또 눈썹 주위에 그리고 고양이의 앞다리에서도 수염이 나 있습니다. 정확히는 고양이 앞다리 손목의 뒷부분에 나있는데요. 이 수염은 바닥의 진동을 감지해 장애물을 피하고 걸어 다니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고양이수염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듣고 수염을 모았습니다. 이야기는 여러 나라에서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선 금전운을 유럽에선 연애운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견한 수염을 모으다 신기한 물건도 발견하게 되었죠.
고양이수염 보관함
세상천하에 이토록 쓸모없는 물건이 또있을까요? 게다가 이걸 사는 사람이 있다는것은 경이로운 일이기까지 합니다
그때의 저는 금전운과 연애운이 간절히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고양이수염을 얻기 위해 고양이를 키운 것은 아니고 고양이를 키웠더니.
원목으로 된 그걸 언제 샀었는지…. 몇 개의 수염을 모았는지…. 지금은 어디 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게다가 마지막으로 수염을 발견한 지도 까마득합니다. 모란을 쓰다듬으며 날 위해 너의 수염을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선선해지고 있는, 쌀쌀해졌으면 좋겠다는 아침 공기가 살갗에 닿습니다.
오늘 아침이 선선하다고 느끼는 건 어제 정오부터 내리쬐던 볕의 열기가 밤이 되도록 식지 않아 한밤의 서늘한 냉기는 열기를 견뎌낸 자의 몫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것인지는 모릅니다.
사라져 버린 행운을 찾을까 망설이는 중입니다. 집안 어딘가 분명히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