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새로워지는가.
이르고 이른 아침 아니 아직 밤이 깨지지도 않은 새벽 깨어난 누나와 나는 담배를 피우며 바람에 잘 켜지지 않는 라이터에게 화를 내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것은 바람 때문이지도 모를 일을 말이죠. 그리고 예의 없는 사람들의 얘기와 언젠가 보았던 영화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자가 절친인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겼고 빌려 간 돈도 갚지 않은 것에 무척 화가 나 누구든 걸리기만 해 봐 죽여버릴 테니까 하며 전철을 탔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여자의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그녀에게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다고 말합니다.
한 여자의 말을 들은 여자는 대답하며 소리를 줄이지 않습니다. 재차 말을 하고 그녀는 한 여자의 말을 무시해 버립니다. 기어코 싸움이 벌어지고 여러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그 장면을 찍고 있거나 싸움을 말리느라 소란이 벌어집니다.
아마도 누군가는 기관사에게 전화했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뒤 역무원의 안내방송이 이어집니다.
차내에 계신 승객 여러분 오늘도 피곤한 하루를 보내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잠깐 창밖을 바라보시면 붉게 물든 노을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잠시 오늘 하루의 피곤과 힘겨움을 노을을 바라보는 것으로 잠시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싸우던 사람과 말리던 사람 그리고 그 장면을 찍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노을을 바라보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누나가 잠시 미소를 짓습니다.
낯선 곳에서 잠이 잘 들지 못하는 습성을 지닌 습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당연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곳에서 아침을 맞이합니다. 새벽 세 시가 넘자 모두 마신 술만큼 몸이 풀어지는 우리는. 마음속 덮어놓은 얘기들을 다독이며 TV 속을 들여다보며 낄낄거렸습니다.
내리던 비는 모두 눈으로 바뀌어 쌓여가고 있었으며 우린 신발에 밟히는 눈의 맛을 보며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소고기를 굽고 누나가 가져온 샐러드 소스로 야채를 버무려 먹었습니다.
소주만 먹던 우리는 맥주캔을 땄고 와인잔을 꺼내 사 가지고 간 와인도 마셨습니다.
정선의 밤은 익어가도 있었고 간혹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간 앞마당으로 근래 들어 가장 강한 바람을 맞서며 느린 걸음으로 걸으면 낯선 외지인을 위해 바람도 잠시 손짓을 멈추곤 하였습니다.
형은 안산으로 그리고 양평으로 한 사람 한 사람씩을 싣고 정선에 다다릅니다. 집에 가기 전 마트에 들러 소고기와 샐러드용 채소 그리고 생선을 샀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이미 어둠이 가득하였습니다.
정선의 아침은 눈이 녹아내려 떨어지는 물소리로 시작되었고 창가로 스며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햇살은 손으로 만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투명한 고드름처럼 방안에 매달려 있었고
새벽까지 깨어있었지만 피곤치 않은 아침을 해 먹으며 낄낄거렸습니다.
아주 오래전 스무 살 남짓의 남자와 이제 서른을 앞둔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그 아침이 행복했습니다.
다시 돌아갈 지옥 같은 일상도 뭐 그리 대단치 않은 아침이었습니다.
헤어질 무렵 우리는 서로를 얼싸안으며 죽지 말라고 아프지 말라고 서로를 힘차게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누나를 다독이는데 누나가 속삭이듯이 말하였습니다.
네가 아침에 말한 그 영화 우리가 오늘 새벽에 같이 본 영화였어.
내가 웃습니다. 우린 그 영화를 기억할 것이며 지는 노을을 볼 때마다 새로운 사람이 생각날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새로워진 사람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