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프랜치 토스트처럼.

오늘 날씨가 결정되었습니다.

by 적적

눈을 뜨는 일이 비교적 고통스럽거나 힘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잠들 수 없는 수많은 생각은 오늘 하루로 족하다.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가고 싶은 곳에만 가고 보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만 하자

그래도 욕을 하거나 험담을 하는 사람은 신경 쓰지 말자. 까짓 뭐 재껴버리면 된다.라고


먹고사는 일을 제외하고 말이죠.


지난주 먹고 남은 식빵을 석 장씩 일회용 비닐에 담아 소분해서 냉동 보관하였습니다. 될 수 있으면 한 번에 먹을 양을 사서 다 먹어버리는 습관은 입이 짧은-아마도 3cm 미만-습관에서 비롯되었을 테니 혼자 살다 보면 선택할 수 있는 음식 재료는 턱없이 줄어들고 보관을 생각하면 냉장고는 거대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대체하고 있어 보입니다. 언제 다시 먹을 거라는 기약이 없는 음식들이 하염없이 막차를 기다리느라 시들어가고 있는 곳.


이제는 휴일기념으로 일회용 비닐봉지 속의 식빵 세 장을 산책하러 나가기 전에 실온에 꺼내둡니다. 그 바스락 거림을 손으로 느낍니다. 비닐 중독 증세를 보이는 모란은 꺼내놓은 비닐로 가만히 다가가 비닐을 핥습니다. 구멍이 날 때까지 서로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문득 모란이 핥고 있던 사각거림을 이해해 버립니다. 하마터면 비닐 겉면을 핥을 뻔했으니까.


달걀 두 알을 깨서 젓가락 다리가 찢어지게 잡고 휘젓습니다. 흰자와 노른자가 서로의 경계를 풀고 뒤섞입니다. 소금을 한 꼬집 집어넣고 멈추었다가 묶어놓은 봉투를 찢어버립니다.


식빵이 식빵이기 이전에 부드럽고 하얀 밀가루였을 때를 그리고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햇살 아래 놓여 밀밭 사이를 흩날리고 있을 때를 생각합니다. 결마다 살아나는 식빵 속으로 한 알의 밀알이었을 때를 기억해 주자 폭신함이 더해갑니다.


달걀물에 충분히 적셔두었다가 버터 한 조각을 팬에 올려놓으면 나면 팬에 젖은 머릿결처럼 녹아내립니다. 겉면이 노릇해지기 전 밀의 몸 안으로 스며든 달걀이 버터를 만나 윤기가 눈부십니다.

아직 처음 체온으로 돌아오지 않은 식빵의 냉기 속에서 햇살은 윤기 나고 눈부신 식빵 겉면처럼 반짝입니다.

오늘 아침 날씨는 그렇게 신선하며 차갑고 눈부시기만 합니다.


접시 위에 밀밭이 펼쳐집니다. 두 장의 햇살이 놓이고 한 장의 노릇 하게 구워진 식빵이 자리를 잡습니다.

이제 고작 목요일이란 게 믿어지진 않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rzA-_aGA5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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