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은 순우리말인 '오얏'이었으나 한자어 '자두(紫桃, 자줏빛 복숭아)'에 밀려나서 '자두'가 표준어가 되었다. 지역 방언으로는 오야주(경기도,오얏의 변형) 추리·췌리·애추·시거리(경상북도) 고야·꽤애(강원도) 자도·자루(충청북도) 차두(전라남도) 풍개(경상남도) 등이 있다.
자두...자두... 자두 ....졸..려..
계절을 먼저 핥습니다. 베어 먹지 못하는 과실의 껍질 맛이 납니다. 허공에 매달린 과일은 붉습니다. 노을이 절정을 이루거나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붉은 하늘처럼 말이죠.
자두껍질을 핥아 본 적이 있나요….
그 얇은 껍질은 녹슨 쇠 맛이 납니다. 과육을 드러내기 전에 모든 과실은 피의 맛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모든 과실의 껍질은 그 나무에 흐르던 피였으며 그 피로 과육을 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과일은 껍질을 벗겨내거나 껍질째 먹을 때는 과육의 맛과 뒤섞이며 녹슨 쇠 맛은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껍질만 벗겨내 먹어본 적이 없다면 말이죠.
간절기를 좋아합니다. 봄과 여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 그리고 가을과 겨울의 사이. 어떤 계절도 좋아하지 않지만 4번의 사랑스러운 간절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간절기는 간절한 마음으로 올 것입니다.
오래전 이제는 문을 닫아버리고 초밥집으로 바뀌어버린 큰 길가 사거리 모퉁이 보세가게엔 철 지난여름옷들과 때 이른 가을 옷들이 수북합니다. 가게 여사장님은 수북이 쌓인 옷들을 가격대별로 정리하느라 다른 때보다 훨씬 일찍 거리로 나와 옷들을 정리합니다.
출근하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들을 빠르게 분류해 봅니다. 내년 여름을 기약하며 옷장 속에 잠들어있어야 할 옷과 열흘 정도는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옷과 지금은 입을 엄두가 나지 않지만, 컵라면 뚜껑을 닫고 기다리며 면이 익을 시간 동안만 기다리면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나눕니다.
퇴근 무렵 가게에 들어갑니다. 옷을 고르는 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공허 같은 것 같습니다. 매번 같은 볼펜이나 노트 그리고 책상에 올려둔 쓸데없는 액세서리를 사는 것처럼 작은 소비로 큰 욕망을 막고 있는 셈이라는 걸 알고 있었죠.
그리고 그해 가을 입고 싶었던 무릎까지 내려오는 가디건을 발견했어요. 같이 간 직원들이 모두 만류하는 옷이었죠. 너무 길고 헐렁해 입느라 옷을 잘 추스르지 못할 거라는 이유에서였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 옷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영업이 다 끝나갈 시간쯤 가게로 찾아가 급기야 그 옷을 사버렸죠. 여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며 무릎까지 내려오는 가디건을 입고 출근하던 날.
아무도 그 옷이 그 옷이라고는 알아차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가을이 오려면 며칠 간의 간절기가 필요할 거예요.
잘 보냅시다. 우리의 간절한 간절기를.
그리고 한 달 남짓 되는 가을에 흠뻑 잦아듭시다.
나는 무릎까지 치렁거리며 상상했던 것보다 절대로 멋지지 않지만 늘 입고 싶었던 가디건을 입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