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길들이기

야생성이 사라졌던 거야.

by 적적

그리고 다시 생각합니다. 그 의자를 처음 본 건 재활용 쓰레기장 옆에서 처음 만났어요. 누군가 한쪽 다리가 부러진 의자를 버려두었는데 스티커 미부착으로 수거는 거부된 채 그곳에 그냥 있었어요. 버려진 것도 수거된 것도 아닌 채로.


의자는 리어카를 끌던 할머니가 가끔 앉아 쉬어가곤 하였습니다.


앉을 수 없는 의자는 앞쪽 왼쪽 다리 하나가 온전히 사라지고 없습니다. 측면에서 보면 오른쪽 다리로 인해 왼쪽 다리가 없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앞에서 보면 뒤쪽 왼 다리로 인해 없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멀리 서라도 정확한 각도를 찾아내 의자를 바라다보기 위해 바라보는 자리를 옮겨서 곤합니다.


의자는 네 발이었을 때도 세 발이었을 때도 혼자 서 있는 것엔 어떤 문제도 없어 보입니다.


다만, 더 이상 앉을 곳을 찾지 못했다면, 혼자선 서 있을 수 있지만, 누군가 앉히기엔 조금 불편한 그 의자를 욕심낼 거라면 의자의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어느 곳에 엉덩이를 괴고 앉을 것인지 어느 곳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인지 쉽사리 누군가를 앉히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니까요.


의자는 오랫동안 등에 사람을 태운 적 없고, 앉으려고 시도한 한 사람도 없었어요.

아직도 움직이면 더운 오후에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를 만났었죠. 할머니가 의자에 다가가 의자를 거친 손으로 먼지를 털어 내더니 의자에 엉덩이를 깊숙이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앞발을 들어 의자 뒤쪽 벽에 의자 등받이를 대자 앞발을 거세게 들어 올리며 거부하던 야생마 같던 의자가 유순해진 채 앞발을 그대로 들고 뒷다리로 서서 벽을 기댄 채 채 앉아 계셨습니다.


벽과 의자등받이와 세 개의 다리와 할머니


그곳을 찾아갑니다. 약국의 불이 꺼지자 길 건너 24시간 운영하는 카페 조명이 보였습니다.

의자에 다가가 조심히 가지고 온 휴지로 먼지를 털어 내고 조심스럽게 몸을 기댑니다.

앞발을 들어 올릴 때 불안함으로 의자가 살짝 기우뚱하며 넘어질 뻔했었죠. 다시 바닥에 한 발로 내려서는 의자를 위해 몸의 균형을 한쪽으로 몰고 착지했어요. 가슴이 설레고 떨렸어요. 의자의 거친 숨결도 느껴졌었죠.

다시 한번 숨을 몰아쉬고 온몸을 의자에 맡긴 채 발끝을 땅에서 떼어냈죠. 뒤로 살며시 몸을 기울이자 의자는 중력의 지평선과 손을 잡는 어느 지점을 지나 진공의 시간으로 멈춰있다가 벽에 의자 등받이가 착 닿았어요. 그것은 마치 우주 비행사가 첫발을 내디디며 일으키는 먼지의 소리 같기도 하였죠.


잠시동안 두 발을 치켜세운 브라운 계열의 야생마를 길들였어요.

두 발은 허공에 있고 시선은 45도 사선을 향해서 엉덩이를 그토록 의자 깊숙이 넣어본 건 언제였는지, 의자 등받이에 등을 밀착시켰던 건 언제였는지. 그리고 건물과 건물 틈 사이로 보이는 접힌 밤의 보랏빛 하늘에.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어요.

물론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이란 것도 알고 있어요.


가만히 의자에서 내려서며 땅이 발에 닿자 의자가 후-둑 고개를 흔들며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어요. 등받이를 쓰다듬었죠.

돌아오는 건널목에서 자꾸만 뒤돌아보며 의자를 바라보았어요.

바람이 의자 등받이의 사이를 엇갈려 불고 있었어요.


뜯어진 의자 가죽이 갈기처럼 휘날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