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하여
어느 날 밤, 노인은 소년에게 말했다.
너는 아직도 힘을 주고 살아가는구나. 그래서 네가 바라는 곳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거야.
소년은 노인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말은 마음 어딘가에 작은 씨앗처럼 뿌리내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씨앗은 질문이 되었다. 그 여름, 소년은 사막과 같은 도시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바람도 자취를 감춘 날들이었고, 땀이 마르지 않는 계절이었다. 사람들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숨어들었고, 거리에는 그늘이 없는 오후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밤, 소년은 길을 걷다가 멈췄다. 발밑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자신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었다.
그것은 땅에 닿기 전에 잠시 피부 위에 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소년은 땀방울을 바라보았다. 둥글고, 작고, 완벽한 구면이었다.
이건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 중, 가장 온전하구나.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문득 그 땀방울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 없이 떨어지고, 의미 없이 맺히며, 스스로의 무게만큼만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삶.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숨을 쉬었고,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지금껏 그는 살아가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써왔다.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그 모든 노력은 그를 깊은 웅덩이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낮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태양이 정수리를 내려칠 때, 가만히 앉아 기도하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별들을 따라 걷는다. 어떤 별은 이정표가 되고, 어떤 별은 기억이 되며, 어떤 별은 꿈이 된다.
유목민을 닮고 싶었다. 하루의 리듬을 자연의 감각에 맡기고, 살아있는 모든 것과 보폭을 맞추며 걷는 사람. 그는 그렇게 여름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름은 가르친다. 기다림의 가치를, 참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두는 방식으로.
폭염은 사람의 외피를 녹이듯이 안쪽을 드러낸다. 평소라면 감추었을 감정이 드러나고, 도피하던 질문들이 땀처럼 배어 나온다. 여름은 가면을 벗기는 계절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혜다.
자신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인정하는 것.
얼마나 지치기 쉬운 존재인지를 받아들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처럼 끝내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
소년은 점점 알게 되었다.
무언가에 힘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움켜쥐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손을 펼쳤다. 온전히, 그리고 조용히.
그날 밤, 소년은 이마를 타고 흐르던 땀을 느꼈다. 그것은 갑작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그의 피부를 두드리고 있었던 듯, 익숙한 움직임으로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멈췄다. 뺨 어딘가에서.
소년은 그 땀방울을 손가락 끝으로 받았다.
힘을 빼고 떠있는 법은, 의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다.
물 위에 몸을 맡길 때처럼, 그는 삶이라는 강 위에 자신을 내맡기기로 했다. 부유하기 위해선 힘이 아니라 신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소년은 매일 밤마다 한 가지 연습을 했다.
자기 안의 생각을 흘려보내고,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며, 세상이 주는 메시지를 귀 기울였다.
모든 것은 흐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믿었다.
소년은 삶을 강물이라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을 땀방울처럼, 물의 한 점으로 느끼기로 했다.
어느 날 소년은 노인을 다시 만났다.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넌 이제 물 위에 뜨는 법을 배웠구나.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말은 필요 없었다.
그의 이마에서 맺혀 있는 땀방울 하나가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으므로.
어떤 이는 삶이란 큰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한다.
그러나 소년은 알게 되었다.
삶은 의미 없이 떠있는 땀방울 같은 것이기도 하다는 걸.
형태는 있지만 목적은 없고, 존재하지만 고정되지 않으며, 매 순간 증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게 바로 진짜 삶이었다.
그러니 여름밤, 숨을 멈춘 듯한 방 안에서 잠 못 드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네가 지금 땀 흘리고 있다면,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 땀방울처럼, 너도 어느 순간 힘을 빼고 떠오를 수 있을 거야.
모든 것이 고요해진 여름밤, 단 하나의 구면이 전하는 진실.
힘을 빼는 자만이 가벼워질 수 있다.
떠 있는 자만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
땀을 흘렸던, 우리가 충분히.
아름다운 이유...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