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가로등이 꺼지는 걸 바라본 적이 있나요? 가로등이 아직 켜진 거리를 걷습니다. 그 새벽을 길어 올리는 사람들은 어두운 밤을 헤치고 자기 그림자를 건네받으며 세수를 하고 젖은 머리를 말릴 것입니다.
이 엎드린 새벽을 돌려 눕히는 사내는 거친 손으로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을 것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길 것입니다. 한 번도 들킨 적 없는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차 올린 이불을 목 아래까지 끌어올렸다가 가슴께 까지 내릴 것입니다. 사내는 다시 불을 끄고 새벽을 만들어 방문을 나서기 전 뒤돌아 아이를 마지막으로 바라다볼 것입니다.
뚜껑을 엽니다. 도톰한 두께가 느껴지는 물티슈 한 장으로 책상을 닦아냅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물기는 날아가버려 젖었다고 말랐다고 말할 수 없는 부드러운 햇살이 비쳐옵니다. 저렇게 눈부시고 축축한 조명은 없을 것입니다.
에어컨이 멈춘 공간 안으로 뜨거운 온도는 관절이 되어 딱딱하게 몸을 더듬고 있었어요. 실외기를 교체하기엔 적당한 날이기도 하죠. 나눠진 공간마다 피아노가 놓여있던 곳이었죠. 간판은 불이 멈추지 않고 깜빡거렸어요.
그녀의 피아노의 현이 늘어나지 않도록 나는 서늘해진 공기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은 연고가 전혀 없는 곳이라서 어디서도 머물 곳이 없어요. 자동차 시동이 꺼지면 짐칸에 실린 공구들이 고요해지기를 기다립니다. 담장 아래서 그녀의 피아노 소리를 듣습니다.
그녀가 유일하게 그녀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녀가 누구인지 몰라요. 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죠. 그녀는 음계이며, 피아노였거든요.
그녀는 피아노의 건반이며, 피아노 속의 가느다란 현이거나, 발끝 아래 페달이기도 하죠. 아무도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아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녀가 청중이 있다는 걸. 알 수 없을 거예요. 그녀는 피아노였을 테니까
내일이 비롯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녀의 피아노 소리 때문이기도 했어요. 수리나 교체가 끝나고 나면 찬 공기가 나오는 것과 팬이 돌아가는 걸 확인시켜드려야 합니다.
그녀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엔 세상이 잠시 멈추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피아노 학원을 하셨어요. 누나도 피아노를 쳤지만, 열심히 하진 않았어요.
OO아 손은 아주 소중히 여겨야 해
마지막 남은 피아노가 실려 가던 날은 엄마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뒤로 건반 위에 손이 닿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피아노를 피해 다녔어요.
험해진 손대신 귀는 더 예민하고 섬세해졌어요.
가을볕이 따끔거리는 시간에 담벼락 아래 차를 세우고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듣습니다. 건반 위의 그녀 손가락이 보고 싶다는 생각과 그녀의 피아노 소리를 듣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 사이에서 피아노 곡이 멈추고 열린 뚜껑이 닫히며 온 세상이 괄호 안으로 들어가 지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