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무덤

햇살의 묘비명.

by 적적

밖이 환해지고 나서야 눈을 뜹니다. 가로등이 모두 꺼질 때까지 잤습니다. 오랜만에 새벽이 나를 재웠습니다. 이불속으로 들어와 발가락을 깨물지 않은 모란의 공이 큽니다. 어두운 새벽의 공로가 고맙습니다. 지난밤 잊지 않고 창문을 닫아 준 나를 칭찬할 만합니다.


잠은 잘 잤어요….


그렇게 묻습니다. 몇 시에 잠이 든 건지, 몇 시에 잠에서 쫓겨났는지 남향으로 창이 있는 집이라 선택되었던 집은 눈이 부신 창으로 인해 새벽이면 잠이 깬다는 당신은 창에 암막 커튼을 쳐서 커튼을 열기 전이라면 날씨를 알 수 없다고 했었어요.

서로를 깨워주는 알람이 된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우린 아주 먼 나라의 사람들처럼


그곳 날씨는 어떤가요? 이렇게 물어봅니다.


우린 다른 날씨를 매일 받아 들고 서로의 선물을 구경하듯 서로의 하늘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거나 잿빛의 하늘과 쏟아지는 빗줄기를 자동차 와이퍼가 힘겹게 닦아내는 소리를 듣습니다.


간혹 아침에 내렸던 비가 오후에 이곳에 도착하는 날엔 오전에 맞았을 비를 오후에 내가 맞겠다며 가방 속의 우산은 온종일 펼쳐진 적이 없기도 하였습니다.


지난여름 강원도 정선에선 밤이면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나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다보는 것도 좋아했지만, 모닥불을 두고 집안으로 돌아와 쪽잠을 잔 뒤 이제 꺼져버린 모닥불의 잿빛을 더 좋아하였습니다.


하늘을 가득 차오르던 별빛이 은빛 가루처럼 나무 재 속에 깃들어 기어코 손을 뻗어 손가락 지문마다 은빛 재를 묻히고 손바닥을 바라다보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기다리던 누나는 손잡이를 더럽히지 말라며 기다리고 서 있다 손잡이를 가볍게 돌려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오늘 하늘이 그 타다 남은 나무 재처럼 부드럽게 흐려져 지난밤 보이지 않던 별들의 무덤처럼 가라앉아 있습니다. 햇살은 간혹 그 가라앉은 하늘에서도 묘비명처럼 환하게 비치다 사라지곤 합니다.

햇살에서 이름을 본 것도 같습니다.


그것이 사람의 이름이건, 사물의 이름이건, 혹은 죽어가는 중이거나, 이미 죽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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