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복층구조의 오피스텔입니다. 들어오는 입구엔 화장실이 있고 바로 곁엔 주방이 있습니다. 싱크대 옆으로 2구짜리 인덕션이 있고 그 아래 세탁기가 자리하고 있죠. 세탁기 맞은편으로 컴퓨터 책상이 있습니다. 그 바로 옆에 제가 가져본 창문 중 가장 빛이 많이 들어오는 햇살의 대피소가 있습니다.
그 창틀 아래 3인용 소파가 있고 소파 앞으로 2층으로 오를 수 있는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서면 키보다 검지 손가락만큼 높은 천장 아래 침대가 있습니다.
모란이란 이름의 고양이 노선을 알려드립니다. 두 번째 계단에 몸을 웅크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느라 오랜 시간 동안 배를 깔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기도 합니다.
먼저 계단을 빠르게 뛰어 내려갑니다. 그리곤 소파를 딛고 날아올라 넓은 창틀을 휙 돌아 컴퓨터 책상 위를 후다닥 달려간 뒤 다시 책상을 내려오며 다시 힘차게 도약해서 싱크대 옆 용도는 밀었다 넣었다 하며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식탁으로 온몸의 털을 뿜어대며 다시 날아올랐다가 화장실 문을 지나 현관문 앞에 다다릅니다.
보통 잠들기 전 아니 이제 온몸이 수면에 잠길 듯 말들 힘이 빠지고 몸이 늘어지는 그 순간 갑자기 모란이 날뛰기 시작합니다, 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물을 한 모금쯤 마시고 깨어납니다. 그리곤 모란의 노선을 따라 모란의 정차 구역이나 화장실 모래를 힘차게 파내는 소리 그리고 쉬아하는 소리, 다시 모래를 덮는 소리, 천천히 걸으며 새벽을 산책하는 소리, 꼬리를 들어 올려 흔드는 소리, 몸을 흔들며 걸을 때마다 허공을 흩날리다 바닥에 안착하는 털 뭉치의 벨 소리 그리고 사료 그릇에 다가가 킁킁 냄새를 맡고 소리 내 사료를 씹는 소리
그리곤 커다란 물그릇보단 얼굴을 겨우 들이밀 수 있는 컵 안으로 눈이 찢어져라 머리를 들이밀고 물을 마시는 소리역으로 각각 정차한 뒤 소리 없이 계단을 올라 종점인 침대에 도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