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대신 흔들림을 택한 순간들
그 가게는 지도 위에 없었고, 주소는 계절처럼 바뀌었으며, 간판은 늘 한 박자 늦게 도착했다. 골목의 끝에서 한 번 더 접혀 들어가야 하는 자리, 계절마다 다른 냄새를 흘리는 계단을 내려가면, 유리문 대신 어떤 투명한 막이 손끝에 닿는다. 밀어도 열리는 것 같지 않고, 열리지 않는 것 같지도 않은 경계. 사람들은 그 앞에서 잠깐 멈춘다. 그 망설임이야말로 입장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문 안쪽은 조용했지만 고요라고 부르기엔 미세한 잡음이 떠 있었다. 종이가 스치는 얇은 마찰, 연필이 짧게 부러질 때의 건조한 파열, 오래된 사전이 숨을 고르는 듯한 기침. 선반에는 책이 아니라 문장이 꽂혀 있었다. 투명한 케이스 안에, 한 줄에서 세 줄 사이의 길이로, 서로 다른 필체로, 번진 것과 칼날처럼 또렷한 것들이 섞여 있었다. 가격표는 없었지만, 각 문장에는 저마다의 무게가 매달려 있었고, 그것이 곧 대가처럼 작동했다.
가게를 지키는 사람은 늘 한 명이었고, 매번 다른 얼굴이었으며, 이상하게도 이미 본 적 있는 인상처럼 남았다. 그는 이름 대신 질문을 건넸다. “오늘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침묵은 길고 고르게 늘어졌다. 확인이라는 단어는 사람들 안에 남아 있던 미완의 생각을 건드렸고, 그들은 뒤늦게 자신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었는지 떠올렸다.
선택이라는 말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무거웠고,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감각에서 가벼웠다. 그 기울어짐은 균형을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불안정한 상태로 오래 유지되었다. 그래서
선택은 결정이라기보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상태에 가까웠다.
바닥에는 희미한 선이 있었다. 그 선을 넘으면 어떤 문장은 갑자기 흐려졌고, 어떤 문장은 예기치 않게 또렷해졌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손님들은 그것을 감각으로 익혔다. 발걸음의 각도, 시선의 높이, 호흡의 길이가 문장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움직임은 느려졌고, 느림은 곧 집요함으로 굳어졌다. 집요함은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더 이상 의식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려는 습관은 그렇게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곧 필요가 되었으며, 결국 설명되지 않는 지속 상태로 남았다.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졌고, 확인하면 다른 것이 흐려졌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문장을 쥐었고, 돌아가는 길에 일부를 흘리면서도 무엇을 잃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다시 찾아온 사람들은 이전과 미묘하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빛은 조금 흐릿해졌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또렷해졌다. 점원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오늘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이번에는 대답이 더 짧아지거나, 아예 사라졌다. 때로는 침묵이 이미 충분한 응답이 되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오래 머물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 나가려 했다. 문 앞에서 점원이 물었다.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나요.” 손님은 잠시 멈추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면 사라질 것 같아서요.” 그 말은 결론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결론이 아닌 상태로 남았다.
가게의 문장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가져가면,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어긋난 다른 문장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자주 오는 사람들은 그 차이를 알아차렸고, 그것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묻기도 했다. 점원은 늘 비슷하게 대답했다. “보이는 부분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요.” 설명은 아니었지만, 더 묻고 싶은 마음을 이상하게 식혔다.
가게를 나서며 사람들은 종종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까지 있었던 문이 사라진 경우도 있었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쪽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럴 때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방금의 경험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붙잡는 순간 이미 일부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차렸다.
그 앞에서 잠깐 멈춰 서는 사람들이 있다. 망설임이 길어지는 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얇게 모습을 드러낸다. 확인하려는 마음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것은 이미 다른 상태로 이동해 있다. 사라진 것도, 남아 있는 것도 아닌 채, 이름이 붙기 직전의 상태로 조금 더 머문다.
설명은 거부되지 않지만, 끝내 환원되지 않는다. 돌아서면 남는 것은 무엇이 있었는지보다, 무엇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남게 될.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