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께 아기 사진을 보내드렸다. 눈도 잘 못뜬 채로 꼬물거리는 아가들. 너무 좋아하신다. 예쁘다, 잘 생겼다, 아빠 닮았네 찬사가 쏟아졌다. 내가 찍어 보내드린 동영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본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던 어느 날 날라온 문자 메시지. "그런데 이렇게 사진 찍으면 전자파는 어떡하니?"
아이가 태어난 후 양가 부모님의 간섭과 참견은 지금까지의 잔소리와는 클라스가 달랐다. '바빠도 남편 아침밥은 차려줘라'는 말은 이제 애교 같다.
종합해보자면 이렇다. 쪽쪽이는 이가 썩을 수 있고, 젖병은 일본 거라 위험하고, 분유통은 위생상 나쁠 수 있다. 해외 직구한 면옷은 싸구려라 형광물질 조심해야 하고, 니트는 애들 피부에 안 좋고 물티슈와 종이 기저귀는 피부에 나쁘다. 바스 샴푸, 로션도 미리부터 발라주면 아토피의 원인이 된다. 아기띠는 다리가 휘고, 스윙은 머리가 흔들리고, 바운서는 등이 굽게 되며 타이니 러브 모빌은 눈 발달에 나쁘다. 수유등은 갑자기 불이 날 수 있으니 치워야 한단다. 맨몸으로 애를 키워야 할 판이다.
여기까지면 다행. 친정 엄마는 '안아달라 병'에 걸려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우리 딸에게 "손탔다"고 비난하며 "누가 안아줬냐, 언제부터 그랬냐"고 나를 다그쳤다. 친정 엄마는 "그러게 산후 도우미를 왜 썼냐, 애를 남의 손에 맡겨서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딸 안아준 모두가 공범인데, 결국 애 잘못 키운 내가 문제다.
이런 도를 넘는 잔소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집 산후 도우미는 아이에게 말을 걸듯 간접 화법을 구사하며 "아가야, 너네 엄마가 널 제대로 볼 줄 몰라서 어떡하니"라고 나를 비난했다. 길 가다가도 듣는다. 예방 주사를 맞고 올때는 "벌써부터 밖엘 돌아다니면 어떡하냐, 애한테 양말이라도 신기라"는 할머니도 있었다.
이런 얘기가 다 팩트면 다행. 하나 같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설 같은 얘기, 직관과 경험에서 나오는 주장이다.우리집 도우미 아줌마들끼리 나의 건강 상태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산후조리에는 가물치를 먹어야 하네, 아니다 잉어가 낫네, 이미 늦었네, 지금이 딱이네..이런 식으로 멀쩡한 나를 두고 '많이 아픈 상태'라고 결론내리고, 이상한 보약을 먹으라고 종용했다.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책에는 이런 고영양식이 산후조리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써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얘기를 몇날 몇일을 듣고 있자니 멘탈이 탈탈 털린다. 자기 애를 망치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나. 우리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앞서지만, 초보 엄마인 나는 아직 서툴고 무섭고 불안하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더 흔들린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나. 엄마는 난데, 아이를 마주칠 때마다 나는 점점 더 작아지고 혼란스럽다.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랑과 애정의 표현이라는 걸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잔소리와 조언은 다르다.
아직은 서툴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고 응원해준다면 나도 훌륭한 엄마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일해라 절해라'는 이제 정말 그만해주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