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파 묻혀있을 수록 자꾸만 내일의 행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죠?
기대감으로 말이죠.
이 프로젝트만 끝나면, 진급시험만 패스하면, 이 문제만 해결되면,,,, 떠날 거야....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도, 시험기간이 끝나도, 문제가 해결돼도,,,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너무 사소해서, 너무 평범해서, 너무 가까워서 놓칠 수 있는 소중함은
떠나보면 알게 돼 있어요.
내게 소중한 것들,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들을 말이죠.
배고픔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했던가요?
떠나보면 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여행 중 제 위장이 무한대로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ㅋ
기본적인 인간의 속성이라곤 하지만 너무 이른 점심이기에
살짝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호텔 조식이 부실했다고 과감히 외쳐봅니다.
전주에 왔으니 콩나물 국밥은 먹고 가야 전주에 갔다왔다,,, 말 할 수 있겠쥬?
묵고 있던 호텔에서 골목 하나만 걸어가면 나오는 전주의 유명한 콩나물 국밥집인 <삼백집>,
아침이라 하기엔 좀 늦은,
점심이라 하기엔 좀 이른 시간이지만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네요.
메뉴판에 이 집의 유래와 소개됐던 책들이 공개돼 있는데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도 등장하고, 벽에 보니 오기사의 콩나물 국밥 그림도 보이더군요.
7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삼백집은 욕쟁이할머니로 유명한 창업자 이봉순 여사가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새벽 4시에 가게 문을 열고 하루에 삼백 그릇만 판매했던 곳이래요.
삼백 그릇을 팔고 나면 시간이 언제가 되든 오전이든 오후든 장사를 정리했데요.
그렇게 간판도 없는 허름한 해장국집을 고객들이 삼백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하루에 삼백 그릇으로 제한해 콩나물국밥을 판매했다는 건,
그만큼 정성을 다해 팔 수 있는 양이 삼백 그릇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물론 지금은,,, 음,,, 그냥 프랜차이즈 느낌?
하지만 일단 콩나물 국밥 한 그릇, 오징어가 들어가 있는 해온반(해장하시려면 요걸 드셔야),
그리고 고추튀김까지 시켜봤네요.
먼저 고추튀김,,, 고추 모양과 비슷해 고추에 속을 넣은 튀김이라 생각했는데,
잡채와 다진 고추, 두부, 고추 등등,, 들어가 있는 고추모양 튀김이었어요.
튀김의 느끼함은 전혀 없고 담백하네요. 맛 간장에 콕 찍어 인당 3개, 흡입했습니다.
이어 등장한 전주 술꾼들의 해장을 책임진 전설적인 전주콩나물국밥과 해온반,
음,,, 김 펄펄 나는 시원한 콩나물 국밥은 역시 명불허전,,,, 깔끔하고 시원합니다.
해온반보다는 전 전주콩나물 국밥에 한 표 투척합니다.
없어지기 전에 가야할 이유는 생각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음, 어쩌면 그게 가장 아쉬운 점일 지도 모르겠네요.
전주의 맛집을 전국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의 상실이란 점이 말이죠,,,
출발하기 전 마지막 여정으로 북적거리는 전주 한옥마을을 지나
도착한 완주, 비비정 마을 까페 <비비낙안>
비비정이라는 정자 아래 한내라 부르는 삼례천이 흐르고
드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져 있는 곳으로
기러기가 쉬어가는 곳이라 하여 비비낙안이라 불렀고 완산8경 중 하나인 곳이라죠?
노을에 물든 황금빛 강물에 황포돛대가 떠 있고, 깨끗한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
조선시대 선비들 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을 지나 구불구불 언덕을 오르면 아담한 건물이 나타나는데,
뭔가 나만의 요새를 발견한 느낌이랄까요?
산 중턱에 있는 잔디밭이라기엔 너무 넓은, 그래서 자꾸 뛰고 싶은 충동이 일더군요.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근사한 카페 비비낙안,
듣던대로 만경강이 내려다보이고, 드넓은 호남평야와
이제는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만경철교까지 한눈에 보이는 풍광은
구불구불 언덕을 오를 만한 가치가 있더군요.
지금은 기러기도 흰 모래밭도 없지만, 저녁나절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장관이라는데,
오후에 작은 숲 장터 “청춘야시장”도 열린다는데, 1박 2일로는 뭔가 아쉽기만 합니다.
전주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 카페에서 돌계단을 총총 내려서면 만날 수 있는
비비정 농가레스토랑(비비정 마을 농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밥집)에서
어머님들 손맛이 가득 배인 반찬에 푸짐한 한 끼도 맛보고 오렵니다.
따스한 볕도, 고요한 풍경만으로도 좋았던 전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