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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초이 Oct 10. 2020

8일간의 프리랜서 체험, 총수입 633,973원

10년차 회사원입니다. 만만치 않구만유.

8일이라는 시간, 어떻게 쓸까

추석 연휴 5일과, 그 뒤에 휴가를 3일 붙여서 8일의 시간을 냈다. 고3 때부터 수능 공부를 내달렸던 일, 대학생활 내내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었던 일, 10년의 회사생활 내내 여행을 제외하고는 휴가를 써 본일이 극히 드문 나로서는 굉장히 예외적으로 가져본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그냥 보내기는 싫었지만, 또 뭔가를 배우느라 소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서 조그맣고 소심하게 프리랜서 체험을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건 어떨까?

회사원과 마케터가 넘쳐나는 내 주변에선 답을 얻기 힘든 일이다. 언젠가 혹시라도 프리랜서를 내 인생의 옵션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까? 를 가늠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우주의 기운에게 마법을 부리기라도 하듯 알아서 일들이 생겼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들어온 일들은 아니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 알바에 관심이 있다는 걸 주변에 꾸준히 알려두었고,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런저런 사이트에 가입을 해두었던 것, 링크드인, 리멤버 등에 이력을 꾸준히 업데이트한 것이 한 번에 도움이 되었다.  


총 633,973원을 벌었다.

8일 중 주말이 2일 있었다 치면, 일급 105,662원,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했을 때 시급은 13,207원이다. 최저시급이 얼마더라 (8,590원), 월급으로는 270만 원이다. 신입사원 때 연봉보다는 높다. 휴 다행이다. (....?)


8일 동안 두건의 화장품 업계 자문 프로젝트와 한건의 강의 그리고 해당 기간에 수입으로 잡기에는 애매한 코칭 세션을 3회 계약했다. 그로 인해 발견한 몇 가지 소회를 정리해본다.


한 시간짜리 강의가 잡혔다고 해도, 그것은 절대 한 시간짜리 알바가 아니다.

자문 알바의 경우, 시급 250불 괜찮으시겠어요?라는 질문에 오예인데요?라는 마음으로 덥석 응했다가 낭패를 봤다. 사전 질문지를 받아 자료를 찾아보고, 인맥을 동원하느라 아쉬운 소리를 하며, 꼬박 하루 반나절을 보냈다. 자문을 진행하는 동안 하도 기가 쇠해서, 자문을 진행한 이후에 휴식을 취해야만하는 컨디션이 되어 계획했던 일을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물론 준비시간까지 감안하더라도 높은 시급이기는 하지만^-^;; 시간 계산법이 틀렸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입니다 :)


괜찮은 소스 (자료)를 만들었다면, 멀티유즈할 구석을 꼭 찾아야만 한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줌 강의를 할 기회도 생겼다. 자문 알바보다 시급은 적었고, 준비해야 할 내용은 더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다행히 모교 특강을 나갈 때 자료와, 올초에 낯선대학 발표자료를 참고할 수 있어서 시간을 많이 세이브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정리하는데는 꼬박 2일 정도의 시간이 더 걸렸다. 다행히 강의 분위기와 피드백은 나쁘지 않았고, 조금 더 과감한 시도로 이 콘텐츠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마음만 먹은 상태). 강의를 하는 동안, 얼굴이 나오도록 촬영을 했다. 객관적으로 다시 보고 괜찮은 내용이 있다면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저기 강의안을 보내서 강의를 할 기회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싶다 (하- 아직 부끄럽다) 그렇지만 성사될 경우, 최소한의 준비 시간으로 꽤 높은 시급을 확보해낼 수 있다.


피드백을 잘 모아둘 것.

커머스를 하고 있는 나는 고객들의 진짜 리뷰는 매출에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내 개인에게도 그 공식을 적용해보려는 시도는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헛똑띠ㅠ_ㅠ;;) 내가 해 온일들의 포트폴리오가 되어줄 콘텐츠와, 그것들을 검증해줄 수 있는 후기와 피드백들이 어딘가에 차곡차곡 모여있어야, 만들어둔 소스로 추가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겠구나- 라는 깨달음이 프리랜서라는 마음가짐으로 8일을 살아보니 조금 더 절실하게 와서 닿았다.


추가 기회를 위해 나를 적극적으로 노출하되, 집중할 것을 확실하게 정하기.

8일 사이에 본 신사임당+박선웅 님 유튜브 영상에서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었다. 시간관리 강사가 항아리에 큰 돌, 자갈, 모래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청중들에게 이 행동의 교훈이 무엇일 것 같냐 물었다. 청중들은 "시간은 쪼개면 계속 생긴다?"라고 대답했다. 정답은 "큰 돌을 먼저 넣지 않았으면, 영원히 넣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나에게 큰 돌은 뭘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순간에 집중하며 열심히 살다 보면 여러 기회들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경험을 10년, 아니 20년째 겪으며 살고 있지만, 불확실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집중력을 헤치고야 말 것 같다.


밥시간, 휴식 시간도 계획표에 잘 카운트하기

재택근무를 했던 기간 동안 집밥을 매우 건강하게 잘 해먹었던 기억이 사실 프리랜서로의 작은 꿈을 품게 한 큰 동기였다. 아- 매일 집에서 이렇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열망이 꾸물꾸물 올라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리랜서에게 슬로라이프란 사치다. 건강한 홈쿡은커녕, 밥을 거르거나 김밥으로 때우는 일이 허다했다. 정해진 시간과 규칙을 벗어나 온전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스스로 관리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은 물론, 기력도 마찬가지였다. 프리랜서로서의 일상은 회사원의 하루보다 2배, 5배, 10배의 기력을 소모시키는 일이 많았다. 화장실을 스킵한 채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도 있었다. 고통이었다.


Q2, Q3에 달성한 2020 목표

능동적으로 회사에서 얻는 수입 외 부가 수입을 만원이라도 벌어보기가 올해의 새해 다짐이었다. 이번 실험은 지난 분기에 유료 코칭으로 돈을 조금 벌어 보고 나서, 생각이 확장된 결과였다.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다음 휴가도 아마 비슷한 패턴으로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때는 조금 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금처럼 꾸준히 기록을 통해 여기저기 나를 노출시켜보려고 한다. 내년엔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길까.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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