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폭풍우는 연이어 오는가
스여일삶 월간 회고모임 #3
또 다른 폭풍이 지나갔다. 3월 마지막 주차를 향해 갈수록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이제 다 끝났다고 믿고 싶지만 긴장을 늦출수는 없다. 그렇게 23년도의 1분기가 끝을 향해 간다.
1) 돌고 돌아 이달은 다시 첫 번째 키워드가 회사다. 다량의 기사를 동반한 권고사직, 구조조정, 조직개편을 겪어내고 3개월이 지났다. 모두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다음 조직개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조직개편을 자주 하냐는 챌린지는 누구도 하지 않았다. 이게 스타트업의 멘탈리티인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회사에는 대형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이들의 퇴사와, 조직의 이동과 블라인드의 익명성에 한바탕 마음고생을 한 사람들이 쏟아졌지만 '행복은 상대적, 고통은 절대적이라 하지 않았던가-' 내 눈에는 나의 고통만 보이는 법.
2) 돌연, 멀쩡히 잘 있던 팀원을 다른 팀으로 보내라는 오더를 받았다 매일 이어지는 설득인지 회유인지 모를 지독한 대화에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졸라보고, 화도 내보고, 두 손 두 발 다 들어보기도 했는데 설마 설마 했건만 결국 통보라니. 통. 보. 라. 니..!!! (믿을 수가 없다) 두 사람의 퇴사를 불사하고도 이동을 시키겠다니 그보다 더 큰 대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이유는 듣지 못했고, 설명 또한.) 배 째라 무서울 거 없다는 기세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에게 다 쏟아냈다. 이 와중에 반면교사 삼을 것들 (1) 추측성 인사 및 업무 분장 절대 금지 (2) 부서 이동과 관련된 대화에서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일 것 (3) 시간과 여유를 충분히 가질 것 (4) 중요한 1:1은 진행 이후 꼭 기록해 두고 다음 1:1 전에 꺼내볼 것
3) 사실 나는 지난 12월에 이미 퇴사 카드를 쓴 적이 있다. 전체적인 조직개편 과정에서 내 잡레벨이 한 단계 낮아졌고, 그게 3년 반동안 일한 이 회사로부터 받은 평가라는 생각에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 나에게 본인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할 수 있다며 미처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 실수였다, 다음 기회에 꼭 반영하자 라는 약속을 했고 정확히 3개월 만에 그는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를 같은 일을 또 저질렀다. 그렇지만 확실한 이익 앞에서 사람은 너그러워지는 법. 우리 조직이 배치되는 자리가 썩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어른처럼 너그럽게 그의 죄를 사하기로 했다- 그런 나에게서, 인자한 할머니 같은 어른이 되어보기로 노력한 나를 상대로 팀원을 한마디 통보로 빼앗아가려 하다니 이건 다른 문제였다. 대화가 통하지 않자 결국 내가 쓸 수 있는 건 다시 퇴사 카드뿐이었다. 헤어지자는 말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연애는 단칼에 끊어내야 하는 법이거늘 오늘도 현실에 타협하고, 이렇게라도 원하는 걸 얻어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4) 그런데 나는 알아버렸다. 지난날의 팀장들이, 상무들이, 리더들이 왜 그렇게 미친년처럼 굴어야 했는지. 저렇게 까지 해야 해?라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쑥덕거림을 참아내며 회사생활을 해야 했는지. 팀원도 못 지키는 무능한 년보다는 미친년의 다음날이 조금 더 편안하다는 것을, 미친년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정말로 확실하게 진짜로 미쳐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깨달아버렸다. (어째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대사랑 겹치네..)
5) 일단락되는가 싶었는데, 정신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팀원들 얼굴이 안 좋다. 625 전쟁통에 총알을 피해서 열가족 흩어지지 않도록 모든 카드를 다 썼는데, 전쟁을 치르느니 나머지 가족 버리고 이민 가겠다 말하는 딸년 얼굴을 마주한 가장의 기분이었달까. 정확하게는 '우리 팀은 그렇다지만 회사가 불안정하니 심난하다는' 말에 터져버렸다. 이 문장은 질문도, 의견도 아니다. 공식적인 자리에 단순한 감정의 토로.... 팀원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회사가 아닌 우리 회사에 지원하고 입사했던 이유를 묻고는 여기 아무도 안정을 위해 있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원하면 칼퇴하고 공무원 시험준비하라는 싸이코패스 팀장 같은 말을 해버렸다. (그러고 공개저격 당할까 봐 한 시간에 한번 블라인드 확인함.. 한번 더 봐야겠다..) 전쟁통에도 기회를 보는 사람, 본인의 길을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이 혼란한 틈을 타 생기는 모든 기회. 우리 팀원들이 다 가져가면 좋겠다는 바람뿐인데. 그리로 가는 길에 필요한 노력, 자기 객관화는 대신해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여하튼 이번 사건은 (내 기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상처로 얼룩진 본전이었다는 그런 이야기.
한 줄 요약: 나 미친년+싸이코패스였네? ㅠㅠ
3월 25일 토요일 기준 나는 정말 정말 정말로 퇴사를 할 마음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많이 안 좋아져 있었고, 남편은 그런 나를 달래주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그렇게 찾아낸 스트레스해소 풀코스!
노래방 - 포켓볼 - 야구 - 맥주 - (오락실 문 안 닫았으면 펌프까지 하고 완벽해지는 건데 아쉽다ㅠ)
특히 엔딩 부분의 대사... ㅠㅠ 어른이 된 스즈메가 상처를 마주한 어린 스즈메에게 해준 말. (대사를 찾아서 남겨두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네 ㅠㅠㅠㅠㅠ)
메모는 시간 될 때 천천히 업데이트해야지
안정태 상무님, 이재이 이사님, 마리 언니, 선혜 과장님, 송치율 결혼, 그리고 낯대 입학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