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해내는 아이

by 김나래

어릴 때부터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하게 했다. 뒤집으려고 할 때도 스스로 뒤집을 수 있게 그대로 두었고 막 걷기 시작했을 때는 자주 넘어졌는데 그때도 우리 부부는 아이를 잘 일으켜주지 않았다. 놀라도 놀란 기색 없이 무심하게 대했더니 아이는 울지 않고 스스로 잘 일어났다. 아기 때부터 잘 울지 않는 아이였다. 접종을 세 대나 맞았을 때도 아이는 울지 않았다. 병원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아이였다.


아이가 세 살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다가 사고가 났다. 입 안이 심하게 찢어져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응급실에 갔는데 금식을 해야 된다며 지금부터 여섯 시간을 금식 후 다시 오라고 했다. 아이는 배고픈 건 참았지만 너무 목말라했다. 아이가 울면서 “엄마 물 한 모금만” 하고 얘기하는데 나도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났다. 울음을 삼키며 아이를 재웠다. 응급실에 다시 들어가서도 두어 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는데 아이는 씩씩하게도 보채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의사가 몇 번이나 와서 아이의 상처를 체크했다. 그때마다 아이는 자신의 아픈 입을 벌려 진료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 뒤 침대에 누워 마취를 하고 봉합을 하고 무사히 깨어났다. 괴로웠던 그 긴 시간 동안 아이는 마치 나를 위로하듯 나보다 더 의젓하게 견뎌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아이는 병원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 뒤로 치과 치료를 받을 때에도 아이는 웃음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치료받는 내내 얌전히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받았다. 아이는 무언가를 할 때 두려워하는 스타일이 아이였다. 그것이 아이 성향인지 그렇게 배운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아기 때부터 아이에게 가르쳐준 방법이이도 했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흥분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무심히 넘기는 방법말이다.


아이는 일찍부터 혼자 씻는 걸 좋아했다. 두세 살 때부터 혼자 씻을 수 있도록 비누를 몸에 바르는 연습을 했다. 물론 그건 연습이라기보다 놀이였다. 그맘때 목욕놀이를 참 좋아해서 비누를 스스로 몸에 바르는 놀이를 많이 했다. 그 후 네 살 때에는 본격적으로 혼자 씻는 연습을 시켰다. 머리에 비누칠하는 법, 몸을 닦을 때 어디를 더 세심하게 닦아야 하는지 등. 양치질도 이맘때부터 스스로 한 것 같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자 완벽히 혼자 씻을 수 있었다.

그 외에 유치원에서 다녀오면 제일 먼저 손을 씻고 가방을 정리하는 걸 알려줬다. 습관이 되어 이제는 집에 들어오면 스스로 그렇게 한다. 반대로 아침에는 혼자 씻고 나와 스스로 옷을 골라 입고 가방을 다시 챙겨 등원한다. 신기한 건 신발 정리하는 것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아이는 외출하고 오면 가장 먼저 자기 신발을 신발장에 넣어 둔다. 가끔은 널브러진 엄마 아빠의 신발도 정리해 준다.

식사가 끝나면 자신의 식기를 설거지 통에 넣고 자리를 정리하는 것도 아이의 몫이다. 가끔은 의자 위에 올라가 요리를 함께 하기도 한다. 집에 아이를 위한 도마와 칼 등이 준비되어 있다.

미술 놀이가 끝나면 아이는 색종이, 펜, 가위 등을 원래 있던 곳에 차곡차곡 정리해 두고 휴대용 청소기를 가져와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이것 또한 알려주지 않은 일이다. 기본적인 것들을 혼자 할 수 있게 알려주었더니 자신의 생활 모든 부분에서 스스로 하는 모습이 참 기특했다.


아이가 스스로 대부분의 일을 해내면 엄마가 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 또한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릴 때에는 아주 사소한 것만으로도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되지만 이것들이 모이면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 자존감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뭔가를 이뤄나가는데 단단한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영유아기에 아주 간단한 것들부터 자기 스스로 하게끔 지지해 주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간단한 것들 말이다. 스스로 기게 하고 걷게 하고 물을 떠 오고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정리하게 하는 것 등 말이다.


그것이 습관이 될 수만 있다면 아이는 자라서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수하거나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자신을 무능히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연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연속된 실패가 결국은 성장의 과정이었음을 아이는 깨닫게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엄마가 그랬듯이 이제는 스스로가 엄마의 목소리가 되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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