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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래 Nov 06. 2024

아이 키우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4

일을 그만두고 기관을 최대한 짧게 보낸 것.

나는 원래 일을 너무 사랑하고 일밖에 모르는 일중독자여서 비혼주의를 공공연히 선언하며 다녔었다. 현재의 남편을 만나고 무언가에 홀린 듯 초스피드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도 프리랜서로 계속 일을 했고 아이가 돌 지나고부터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에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출근한 기간은 한 달 남짓. 그때 그 시간이 어찌나 강렬히 남았는지 그 후 몇 달간은 재택을 했고 계약이 끝나고는 아이가 자랄 때까지 나는 일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이 너무나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는데 막상 그렇게 결정하자 마음이 정말 편안하고 홀가분했다.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가 혼자 남겨져 있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며 퇴근하지 않아도 됐고 아이가 아프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도 사라졌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먹고 12시 30분이면 나는 아이를 찾으러 갔다. 어차피 낮잠을 자지 않는 아이라 둘이 신나게 하루종일 놀았다. 그러고는 이른 저녁을 먹고 7시-7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누웠다. 참 좋았던 점이 이른 하원으로 시간이 정말 많아서 공원에서도 뛰놀고 모래놀이도 실컷 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많이 읽었다. 버스를 타고 근처를 여행하거나 연극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안 아이는 특별한 문제없이 친구들과 선생님과 잘 어울려 지냈다. 가장 큰 장점은 엄마랑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아이는 엄마에 대한 신뢰가 강했고 어렸지만 엄마와의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주었다. 엄마가 하는 말이라면 당장은 이해가 안 되더라도 수긍해 주었다. 유치원에 가서도 아이는 첫날부터 엄마와 기분 좋게 해어져 잘 적응해 주었다.

여전히 이른 하원을 하는 나는 앞으로 아이와 허락된 시간이 얼만큼일지 헤아려본다. 기껏해야 몇 년일 것이다. 아이는 곧 엄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시기가 올 테고 그때가 되면 아이를 잘 보내줄 수 있을까? 그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현재의 허락된 시간에 충실하고 싶다. 최대한 꽉꽉 채운 하루를 보내고 싶다.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날, 내 마음을 움직인 물음이 있었다. “나중에 죽을 때가 되면 내가 일을 그만둔 걸 후회할까, 아니면 아이와 더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걸 후회할까?” 답은 너무나 명확했다. 어려운 결정일 때 나는 항상 죽음을 생각해보곤 한다. 그러면 답이 쉽게 나오곤 한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매일을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아쉽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 너무나 빨라서 시간이 야속하다. 시간이 제발 천천히 가주길, 아이가 최대한 천천히 자라주길. 그러나 시간은 여전히 빠르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소중히 대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이랑 함께 있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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