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노강이 칸초네에 물드는 저녁.
찬 기운이 들어 스카프를 꺼내 두릅니다.
상상의 안경을 쓰고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나봅니다.
강가에선 저마다 사랑을 속삭이는데 곁에 아무도 없어 젤라토를 샀어요. 손에 뭐라도 들고 있어야 자연스럽잖아요. 먹는 척, 구경하는 척 훔쳐보았죠. 단테의 것이 아니더라도 베키오 다리에는 사랑 이야기가 흔해서 이곳에서의 키스라면 더 달콤할지도 모르겠어요.
슈퍼에서 산 3유로짜리 와인을 가슴에 안고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갑니다. 야경을 보려면 높은 곳을 찾아야 해요. 피렌체에서는 그만한 곳이 없지요. 이곳에도 온통 연인들뿐이지만.. 심술은 그만두기로 했어요. 아름다운 것은 그저 아름답게 보기로 합니다.⠀
와인은 야경 맛이고요. 야경은 와인 맛이에요.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데 거리의 악사는 연주를 쉬지 않고, 새들도 흘리고 간 부스러기를 주워 먹느라 바빠요. 피렌체는 한시도 잠들지 않을 것처럼 빛이 나요.
한낮 같은 시뇨리아 광장에서 금발 머리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그 너머로 흰 석상이 늘어서 있는데 헐벗고 있어도 하나도 안 야해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멧돼지 동상이에요. 내내 손에 쥐고 있던 동전은 한쪽 다리를 높이 들어도 입안으로 넣는 게 쉽지 않겠어요. 그게 뭐라고 두근거려서 몇 번이나 자세를 고쳐봅니다. 결국 멧돼지 입속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우는 양 웃습니다.
떠나간 당신을 생각하며 던졌는데 어쩌나 하고요.
이제 아무 사이 아닌 데,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른데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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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있던 일이 없던 것처럼...
사진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을 때...
어흥... 지금 제가 그래요
온 집안을 뒤져도 외장하드는 없어
다음 클라우드는 종료된 지 이미 오래
이것이 디지털의 단점인가요.
너무 쉽고.. 그래서 쉬이 버려지는...
문득... 아날로그가
그리워집니다.
생생한 피렌체의 사진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제 그림으로나마 조금...느껴보세요.
유럽을 여행했던 사진들은... 이제 책에서만 조금 볼 수 있을 뿐.. 아 똑땅하네요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