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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 Sep 24. 2022

생각이 너무 많은 당신에게,

♪ Just for a day

모든 것을 시작하고 끝낼 자유가

네 안에 있다는 걸 믿어줘.




사람은 하루에 생각을 약 2만 번쯤 한다. [1]

매일 생각을 3만 번씩 할 때마다 포도알 스티커를 붙이라고 하면,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스티커를 붙일 자신이 있을 만큼 생각이 많은 편이다.

몸과 마음이 고단할수록, 잡념은 설거지를 방치했을 때 생기는 세균처럼 증식한다. 생각을 이고 다니는 기분이다. 오래 이고 다녀서 그런지, 어깨가 굳은 채로 들려 있다. 그런 내가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고요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머릿속이 시끄러워서 견딜 수 없을 때는, 제발 생각들을 죽일 수만 있다면 다시는 감정의 변화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 또 다른 – 생각까지 하게 된다.




생각은 생각대로 안 될 때가 많다. 노크할 줄 모른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타난다. 장례식 같이 웃으면 곤란한 곳에서도 웃긴 장면이 갑자기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불렀는데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샤워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끝나고 나와 떠올리려 하면 증발하고 없다.


다른 사람이 내 생각을 조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떤 초능력자도 당신이 ‘봄이 왔으니 트렌치코트를 새로 하나 장만하고 싶어’ 하게끔 조종하지 않는다. 사실 남편이 마법사여서, 내가 ‘10분만 쉬고 청소해야겠다’ 생각하도록 마법 지팡이를 돌리며 몰래 주문을 걸고 있지는 않다. - 남편에게 그런 능력이 있으면 우리 집이 5성급 호텔로 탈바꿈하는 건 시간문제다. –

반대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가 조종할 수도 없다. 당신이 초능력자여서, 맞은편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는 당신의 친구가 결혼 얘기를 하다 돌연, 대한민국 헌법 10조 1항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조종할 수 있는가? 친구가 헌법이라는 주제로 대화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결정하는 것은 그 친구의 자유다.

분명한 것은 타인이 당신의 ‘결재’ 없이 생각이나 감정을 주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생각하거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우리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내 캐릭터와 다른 사람의 캐릭터가 겹쳐 서있을 수 있지만, 현실에선 다른 사람이 내가 서 있는 자리와 같은 좌표에 존재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생각도 마음도 그렇다. 그러니 생각하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오롯한 나의 몫이다.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나의 허락 없이 나를 상처 줄 수 없다."라는 간디의 말처럼 누군가 당신을 무너뜨리고 싶어서 세 치 혀로 공격을 시도해도, 그것을 받기로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이다.

책 <세도나 마음혁명>에도 비슷한 문장이 있다.

"누군가 "나 문제가 있어."라고 말한다면, 문제가 있는 단 하나의 장소는 그의 마음속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마음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그 어떤 것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그게 나의 것이고 다른 누구도 조종할 수 없다면, 상처받는 것과 사랑하는 것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몸이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어서, 한시도 쉬지 않고 숨 쉬고 있는데도 평소에는 못 느끼는 것처럼, 당신이 행복을 받아들인 순간도 상처받기로 결정한 순간도, 수 십 년을 자동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바보라서가 아니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생각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을 처리하는 속도는 칼날 같은 말이 찌르기 전에 미리 갑옷을 입고 옷매무새까지 가다듬을 정도로 빠르니까. [2]




나는 당신이 삶의 방향키를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을 만큼 강인한 사람임을, 중력의 법칙만큼 확신한다. 상황은 달라져도 모든 생각과 감정은 언제나 당신의 통제 아래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았으면 한다.

당신은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당신은 처음부터 자유로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1] https://www.discovermagazine.com/mind/the-70-000-thoughts-per-day-myth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출처에 의하면,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이 한 달에 60만 번의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것을 단순히 30으로 나눠서 2만 개로 가정했다.


[2] https://youtu.be/g12bxfYVhMk

생각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궁금하다면 이 TED 영상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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