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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 Sep 18. 2022

감정의 파도를 타는 당신에게,

♪ Heartbreak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써서

내 안의 분노를 휘두르고 싶을 때에도,

분노 대신 사랑을 건네고 싶어.


삶이 퍼레이드라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서.




나는 마음이 날뛰는 것을 통제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주변 사람들까지 아프게 할 거라면 차라리, 마음을 송두리째 부수고 싶었다.

괴롭지 않을 수만 있다면 평생,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은 파도를 타는 것과 같아서, 환희에 붕 뜨거나 우울에 허우적거리기 전에 피하는 방법을 미리 알았다면, 잔잔해지지 않는다고 파도 앞에서 삿대질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참 많이도 쓰며 살았다.

혹시 당신이 감정의 파도를 탈 줄 모른다면, 스스로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을 때까지 내가 구조장비를 가져다주고 싶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두 가지 장비를 당신에게도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 장비는 몸에서 꺼낸다.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 우리는 한 달 전의 기분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환희도, 우울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안다'는 것이 핵심이다.

거친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

‘예전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어. 그때의 감정도 지나갔고, 지금의 감정도 결국 사라지겠지.’

이런 ‘자각’은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볼 수 있고, 다가갈 수 있고, 잡을 수 있다. 험악한 감정의 파도를 맞닥뜨린 상태에서는 자각을 보는 것조차 어렵다. 자각하자마자 안전한 감정으로 순간 이동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각을 잡고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파도는 탈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진다.

첫 번째만 잘해도 두 번째는 꺼낼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고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면 두 번째로 넘어가자.


두 번째 장비는 메모장에서 꺼낸다.

책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우울 극복 리스트’에 대해 알게 됐다. 자주 우울하다면 어떨 때 행복했는지 적어보고, 우울할 때마다 리스트에 있는 행복을 하나씩 꺼내서 실행해보라고 쓰여있었다. 이걸 따라 했더니, 기분이 좋아져서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할 힘이 생겼다. 효과를 본 적이 있기에 당신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우울 극복’이라는 이름이 싫어서 ‘행복한 순간’으로 바꿨다. 우울 극복, 듣기만 해도 벌써 내가 우울한 걸 티 내는 것 같아서.


내 리스트를 아래에 적어보았다. 당신의 행복한 순간 리스트에는 어떤 순간을 적었는지 알려주길,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행복한 순간 리스트

1. 아이들 등원시키고 10시 방향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책 읽기. - 햇살에 닿았을 때 노랗게 반짝이고, 질감이 선명하게 보이는 종이를 만지면 힐링된다. -

2. 좋아하는 영상 보면서 빨래 개기

3.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걷기

4. 조지 클로젠, <울고 있는 젊은이> 감상

5. 명상

6. 남편이랑 나란히 누워서 게임하기

7. 누워서 책 읽다 잠들기




넌 언제 행복을 느껴?

난 갑갑한 날,

메모해 둔 <행복한 순간 리스트>를 검색해.


그리고 다이아몬드 모양의 노란 햇살이

거실에 비껴 들어오는 오전 10시를 재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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