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교실의 새해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더 특별한

by 빛나다온

새해가 밝았다. 브런치에 올릴 새로운 글감을 찾기 위해 기억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보지만 '대단한 에피소드'가 없다. 부상으로 인해 한 달 병가를 쓰고 쉬어서 그런 것도 있다.

마봉 드 포레 작가님의 소설 속 주인공 세라비는 왕궁 담벼락이라도 타며 긴박한 서사를 만들어내건만

https://brunch.co.kr/@mabon-de-foret/240


나의 돌봄 교실은 오늘도 평온하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종이 접기에 열중하며 또 누군가는 "선생님, 간식 주세요"를 외치는 일상.


독자의 입장에서는 드라마틱한 사건을 원할텐데... 아이들이 기발한 사고를 치거나 가슴 뭉클한 명언이라도 남겨주길 기대하며 관찰자의 눈을 뜨고 아이들을 살핀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어제처럼 웃고 어제처럼 투닥거린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없다는 것은 사실 아이들이 오늘 하루도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게 '돌봄'을 받았다는 가장 완벽한 증거일 텐데...


나의 글감을 위해 아이들이 울거나 다쳐서도 안 될 일이고 자극적인 서사를 위해 평화로운 놀이 시간이 흔들려서도 안 되는 것이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내민 쪽지 한 장과 밝은 얼굴로 "행복하세요."라는 인사가 돌봄 교실의 가장 고귀한 서사임을 다시금 새겨본다.


에피소드가 없다는 나의 넋두리는 결국 '돌봄 교실은 매일 평화로웠다'는 너무 당연해 보이는 하루 앞에서의 사치였음을 깨닫고 반성해 본다.


내일엔 또 어떤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평범하고 예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린다. 특별할 것 없는 이 평범함과 평온함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그리운 풍경일지도 모르니깐




#돌봄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