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간식주세요.
아이들은 "행복하세요."라는 예쁜 인사를 건네며 돌봄 교실로 들어온다. 문이 열리는 순간 교실 안에는 보이지 않는 햇살이 함께 따라 들어오는것 같다. 간혹 출근하기 싫은 날도 그 인사 한마디를 들으면 하루가 환해지는 참 기분 좋은 인사다. 그런데 유독 우리 반 2학년 남학생만은 인사의 끝머리가 다르다.
"행복하세요! 선생님, 오늘 간식 뭐예요? ... 간식 주세요."
이 아이에게 행복이란 아마도 달콤한 간식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아침을 조금 먹었다며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간식부터 찾는다. 방학 전에도 그랬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온 날조차 아이의 첫 번째 목적지는 늘 간식 식단표 앞이었다. 메뉴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 아이.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간식 노래. 덕분에 나는 매일 웃기도 하고 조금 난감해지기도 한다.
어머니와 상담을 나누어 보니 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찾는다며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셨다. 한창 자라는 시기라 그런지 돌아서면 또 배가 고프다며 집에서도 간식 전쟁이 한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진짜 이야기는 간식을 다 먹은 뒤에 시작된다. 자기 몫을 깨끗이 비우고도 아쉬운 얼굴로 내 곁을 계속 맴돌며 말한다.
"선생님... 간식 더 주세요."
과일이 나오는 날이면 더 먹고 싶은 모든 아이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더 나눠줄수 있지만 인원수대로 딱 맞춰 나온 간식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번뜩이는 눈으로 속삭인다.
"선생님, 오늘 누구 결석했잖아요. 그거 제가 먹으면 안 돼요?"
빈자리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그 집요하고도 사랑스러운 계산법. 나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 본다. 아들이 있는 나로선 "남자 아이들은 역시 잘먹는구나" 라며 공감하며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남는 것을 선뜻 주고 싶은 마음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아이들의 눈동자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작은 줄타기를 한다. 형평성이라는 교실의 규칙과 허기진 아이의 진심 사이에서. 오늘도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매번 원하는 만큼 다 줄 수는 없지만 아이의 "간식 주세요."라는 말이 가끔은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선생님, 저 아프지 않고 이만큼 건강하게 잘 크는 중이에요."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아이는 간식 주문을 외우며 들어올 것이다. 정해진 양의 간식뿐일지라도 아이의 허기진 마음만큼은 따뜻한 눈 맞춤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 보내야겠다.
(비밀이지만, 아이가 집에 돌아갈 때 다른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게 간식을 가방에 넣어주곤 했다.ㅎㅎ)
돌봄 교실 겨울 편 '겨울도 웃음꽃을 피운답니다.' 브런치북을 2월 중 마무리하려고 당분간 아이들 이야기는 댓글창을 잠시 닫고 글이 발행될 수 있습니다.^^♡
#돌봄 교실
#간식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