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만든 우리만의 놀이터
비가 오는 날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창밖엔 세찬 빗줄기가 쉼 없이 내려앉고, 돌봄 교실에는 비보다 더 쏟아지는 아이들의 에너지로 충만하다. 급식을 먹고 들어오는 아이들 머리카락엔 비에 젖은 물방울이 보석처럼 맺혀 있다. 들뜬기분을 주최하지 못하고 일부로 비를 맞으며 장난을 쳤나 보다.
아이들의 젖은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주며, 난 일급비밀을 털어놓듯 말한다.
"자유놀이 시간엔 소강당에서 피구 할 거예요!"
"와~ 와~ 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호성이 교실을 채운다.
우산 없이도, 바깥에 안 나가도 비 오는 날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귀가 시간이 제각각이라, 귀가가 늦은 친구들만 데리고 2층 소강당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마치 봄날 들판을 만난 강아지처럼 들뜬 발걸음으로 뛰어든다.
먼저 '하~늘~땅 손바닥 뒤집기'로 팀을 나눈 뒤, 피구 놀이가 시작된다.
"어 인원이 안 맞다. 선생님도 같이 해요.~"
인원이 홀수라서 어쩔 수 없이 나까지 팀원이 되어 함께 뛴다. 공을 던지는 아이들의 손에는 장난기가 잔뜩 실려 있다.
"퉁!" 하고 바닥을 튀며 날아가는 공.
"꺄아~!" 웃으며 이리저리 도망치는 아이들.
나에게 집중 공격이 쏟아지면 나도 못 참는다.
왜 선생님만 노려! 난 아이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약 올리듯 일부러 늦게 공을 던지기라도 하면
빨리 던지라니까~! 자기한테 패스하라는 아이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얼굴은 절대 맞추면 안 돼요! 거긴 아웃 아니에요.~ 얼굴 밑으로 맞는 것만 아웃이에요."
안전을 위한 심판방법이다.
선생님! 방금 어깨 살짝 스쳤는데 안 아파요! 재밌어요!
스쳤다고?
"수빈(가명)이 아웃~ 동훈(가명) 이도 아웃~"
심판은 선생님이지만, 나도 게임을 즐기다 보니 가끔은 실수도 한다.
억울할 만도 한데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우리 팀 이겼다! 다시 한 판 더 해요!"
위치를 바꿔가며 몇 판을 더 하니 나도 아이들도 지친 기색이 번진다.
잠시 숨을 돌린 뒤, 이번엔 훌라후프 시간.
누가 누가 오래 돌리나 내기도 해보고 배에 걸고 돌리다 툭 떨어지면
깔깔깔, 히히히, 큭큭큭!
각각의 웃음소리들이 연이어 터진다.
돌멩이인지 낙엽인지,
뭐 하나만 굴러가도 웃는다더니...
어느새 나도 따라 웃고 있다.
팔에 끼워 빙글빙글 훌라후프로 줄넘기까지 해내는 아이는 그야말로 서커스 단원처럼 능청스럽다.
누구는 공을 굴리고 누구는 구석에 앉아서 땀을 식힌다. 나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지만 바라만 봐도 즐거움이 전염된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뛰고 나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 비 오는 날의 묵직한 공기도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선생님, 소강당 놀이는 매일 하면 안 돼요?
선생님도 같이 하니깐 더 신났어요!
내일도 올 거죠? 네?
알았어요. 알았어. 가끔 놀러 오자~
아이들 얼굴에 번지는 환한 웃음. 빗소리와 함께, 내 마음속 추억 책장이 또 한 장 넘어간다.
아마 그날밤 난 꿀잠을 잤더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