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시트콤
"나는 아빠 할래!"
"지난번에도 했잖아! 이번엔 내가 할래!"
"내가 큰언니!"
"난 둘째 언니~"
"그럼 난 막내딸~"
교실 한쪽에서 아이들이 소꿉놀이 용품과 작은 소품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오늘의 놀이는 가족놀이로 정한듯하다. 신기하게 매년 등장하는 놀이가 있다. 가족놀이, 병원놀이, 선생님놀이, 학년이 바뀌고 친구들이 달라져도 세 가지 놀이는 단골이다.
"좋아, 네가 아빠 해. 근데 설거지는 힘센 아빠가 하는 거다."
"나는 회사 다니는 엄마니까 요리는 자주 못 해."
"그럼 나는 막내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막내가 학교를 다녀?"
"큰언니도 둘째 언니도 학교 다니는데?"
"그럼 막내는 어린이집 다니는 걸로 할까?"
자기들끼리 역할 정하고, 웃고 실랑이를 벌이며
하나의 가족을 완성해 간다.
선생님이 가만히 지켜보다가 묻는다.
"오빠나 남동생은 없어?"
내 물음에 한 아이가 말한다.
"우리 아빠가 딸부자가 최고랬어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 가족의 하루는 바쁘다.
"여보~ 회사 다녀왔어요!"
"오셨어요? 힘들었죠? 밥 차릴게요. 오늘은 김치찌개예요!"
"얘들아 밥 먹자. 네~~~~"
모두 앉아 밥 먹는 시늉을 한다. 밥을 퍼주고, 젓가락질을 하는 손짓이 그럴싸하다.
갑자기 밥을 먹던 막내가
"엄마, 나 배 아파요..."
"막내야, 괜찮아? 여보, 차 갖고 와요!"
"첫째랑 둘째는 집 보고 있어~"
"빨리 병원 가자."
금세 교실 한쪽엔 병원이 생기고, 종이상자는 침대로 변하고, 담요는 이불이 된다. 막내는 울음을 연기하고 엄마는 막내를 업고 아빠는 운전하는 시늉을 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주사 맞아야 한다고 하니 말짱해지는 막내
그리고 다시, 일상
우리 내일 놀이공원 갈까?
우와 진짜요? 솜사탕도 먹어요!
가족사진도 찍자!
막내도 갈 수 있어요?
당연하지. 우리는 가족인데.
와~~ 신난다! 그치, 그치?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는다.
아이들은 단순히 놀이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엔 누군가의 말투, 손길, 따뜻한 장면의 기억이 담겨 있다.
돌봄 교실이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멋진 연극 한 편을 감상한 기분이었다.
다음엔 어떤 놀이가 펼쳐질지 기대해 본다.
#돌봄 교실
#소꿉놀이
#병원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