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로 차려준 생일상
소꿉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한 명씩 다가와 묻는다.
"선생님, 뭐 먹고 싶어요?"
"어떤 음식 좋아해요?"
"선생님은 불고기랑 피자 좋아해."
웃으며 대답하니, 아이들은 금세 장난감 음식들을 골라 정성껏 접시에 담아 온다.
난 일부러 큰 소리로 "냠냠!" 하며 맛있게 먹는 척을 한다.
"우와~ 맛있다. 잘 먹었습니다!"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더 많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생일이 언제예요?"
누군가 툭, 물었다.
마침 3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선생님은 오늘이 생일인데?"
별 뜻 없이 툭 던진 말인데, 아이들은 잠시 속닥이더니 하나둘 분주히 움직인다.
소꿉놀이 상자 앞으로 모여드는 아이들. 곧 작은 손에 접시와 컵, 모형 음식들을 하나씩 만들어 온다. 누군가는 "이건 생선이에요!" 누군가는 젠가를 담아서 잡채라며 접시에 올린다. 음식은 계속 만들어졌고, 상은 점점 푸짐해진다.
익숙한 장난감들이 오늘따라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내 생일상, 그 풍성함을 카메라에 담았다.
"선생님, 여기 생일상이에요!"
내 옆 책상 위에 펼쳐진 생일상은 케이크, 치킨, 주스, 불고기, 스테이크, 잡채, 생선구이, 간장게장, 과일까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푸짐한 상차림이다.
"이건 내가 만든 피자예요. 고기 많이 올렸어요.
저는 케이크 만들었어요!" 나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감동과 웃음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초도 없고, 진짜 음식도 아니지만 이토록 따뜻한 생일상이라니... 가족을 위해 생일상을 차려준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정성껏 '내' 생일을 준비해 준 기억은 너무도 오랜만이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노래 불러줄까요?
하나, 둘, 셋!
생일 축하합니다~
조금씩 박자가 엇나가고, 음도 뒤섞였지만 그 어떤 생일 노래보다 따뜻하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린다. 바쁜 일상 속에 휩쓸려 조용히 지나가려 했던 내 생일이 아이들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하루가 되었다.
#돌봄 교실
#생일
사진: 본인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