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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한 6개월 되는 거처럼

by narara

하루 종일 선선하더니 우르르 내린 비에 저녁온도가 20도까지 내려갔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운 무더위는 모두에게 똑같이 못되게 굴었다지만 아토피 때문에 내내 긴팔과 긴바지를 입어야 했던 내게 이번 여름은 특히나 가혹했다. 지긋지긋한 여름이 저물어가고 이제 나뿐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긴팔과 긴바지를 입는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는 이 느낌만으로도 깊은 안도감이 든다.


가을이 길어봤자 3개월에 불과하지만 나는 한 6개월로 늘려볼 작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에 조금씩만 하고 있던 바람직하고 건강한 행동, 예를 들면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해 먹는 시간을 평소보다 두배로 늘리면 이 귀한 가을이 두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어려울 것도 없다. 유독 가혹했던 무더위와 내 몸상태 덕분에 회사만 벗어나면 집에서 주로 쉬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해도 가을을 연장시킬 수 있다.


계절의 변화가 참 소중하다. 매일 똑같이 덥기만 하거나 춥기만 했다면 삶을 다잡을 마음이 조금은 덜 생기지 않았을까? 선선해진 바람결에 언제 떨어졌지 싶은 성급한 낙엽 몇 개가 막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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