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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에 대하여

by narara

난 내 MBTI를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다. INTP인데, AI에 따르면 논리적인 사색가 또는 아이디어뱅크형이라고 불리는 유형으로 전체 인구의 3% 정도밖에 없는 희소한 유형이라고 한다. I부터 따져보면 날 피상적으로만 아는 사람들은 절대 믿지 않는 나의 내향인적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고, T는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간관계에서 결코 상처를 받지 않는 나의 장점을 담고 있어서 좋다. P는 즉흥적인 성향을 나타내는데 덕분에 순발력이나 적응력이 비교적 괜찮은 거 같아서 또 좋다.


문제는 N이다. MBTI에서 N과 S는 세상을 인식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N(intuition)은 직관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선호한다고 하고 S(sensing)는 오감을 통해 직접 느껴지는 현재의 사실에 집중한다고 한다. 내가 N으로서 여러 S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N은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데 반해, S는 그런 쓸데없는 잡생각을 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잡생각이라는 것은 고민도 아니고 깊이 있는 사유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사람이나 사안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생각들이 마구마구 랜덤하게 떠오르는 것뿐이다. 잡생각 때문인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도 많은 편인데, 내가 아는 S들은 잠도 참 잘 자고 생각이 간단하고 명료하니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가 없어서 좋다.

N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 작가들의 MBTI를 싹 조사하는 쓸데없는 짓을 해본다면 아마 N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지 않을까? 수많은 잡생각 속에서 원석을 찾아내어 글로 다듬어 내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작가들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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