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수학 가르치다 극대노하다

엄마표는 힘들다

by 혀나

1학기 복습으로 풀어본 수학문제집에 비가 내린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단전에서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샤우팅.

'딸기요정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니? 몰라서 틀리고, 문제 잘못 읽어서 틀리고, 연산실수해서 틀리면 도대체 어떤 문제를 맞을 건데? 집중해서 문제 꼼꼼히 읽으라고 엄마가 몇 번 얘기했어. 연산을 얼마나 했는데 이걸 아직도 틀리면 어떻게 하냐고.'

오늘도 파국이다. 딸기요정은 울고 나는 극대 노하는 것으로 마무리. 엄마표 수학은 오늘도 아수라장 결말.


나는 나름 누군가에게 뭘 이해시키는 건 좀 자신 있는 편이다. 회사에 다닐 때도 쌩초보 현업들을 데리고 새로 도입되는 전산시스템을 가르쳐가면서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경험도 많았고 날이면 날마다 문의를 해오는 현업들에게 자신들의 업무를 내업무인 것처럼 설명해 주었던 나름 교육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정말 연세 좀 있으시고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현업분들 중에 나만 찾아서 물어보시던 분들도 계실정도로 조곤조곤, 자세하고, 쉽고, 무한반복되는 설명은 나에게 좀 자신 있는 것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딸기요정 공부도 내가 시켜봐도 괜찮지 않을까 자신 있게 도전했다. 그러나 내가 낳은 이 작은 사람은 어떤 현업보다 어려운 고객님이었다


엄마표 수학공부 도전은 딸기요정 7살 무렵 숫자 좀 가르쳐보자 하고 시작되었다. 딸기요정이 다녔던 영어유치원에는 친구들이 세트처럼 사고력수학학원을 거의 다 같이 다녔는데 딸기요정이 수학학원에서 숙제를 많이 준다는 소문을 듣고 와서 자기는 절 때 안 다니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학원은 못 보냈다. 그래서 어영부영 7세가 되어 곧 학교를 가야 하는데 그래도 숫자 좀 읽고 도형도 좀 만져보고 해야 하지 않을까 슬슬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엄마표 수학공부에 돌입했지만 미취학아동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은 정말 험난했다. 이걸 왜 모르지? 왜 이해가 안 되는 얼굴이지? 어제 한 건데 오늘 모른다고? 어린이교육 전문가가 왜 따로 있는지 너무나 절실히 이해가 되었다. 선생님들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해맑은 것을 어떻게 가르치시는 건가요. 한 달을 씨름하다 결국에는 동네에 숙제 안 내주는 학원에 딸기요정을 위탁했다. 역시 공부는 외주인가. 그렇게 잘 다니던 학원이 초등학교를 가면서 딸기요정 스케줄과 맞지않아 안녕하고 말았다.


그리고 초등이 된 딸기요정. 수학공부가 돌고 돌아 또 나에게 왔다. 1학년인데 까짓 거 한번 해보자 하며 여름방학 때 2학기 예습에 돌입했다. 정말 날마다 전쟁이었다. 나는 실컷 설명을 하고 딸기요정은 해맑게 딴소리를 하고 나는 다시 얘기하고 애는 도통 모르겠는 표정이고 결국 나의 극대노와 딸기요정은 눈물로 마무리. 역시 엄마표 수학은 무리인가 또다시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크게 바뀐 건 1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부터였다. 아이가 자라서 그런지 여름방학 때랑 이해도가 확 달라져서 2학년 수학예습을 하는데 너무 스무스하게 진도가 나갔다. 정말 처음으로 수학공부시키는 게 힘들지가 않았다. 결국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하니 뭔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게 달라져 있었다.

이제 2학년이 된 딸기요정과 아직도 수학공부를 함께 하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설명을 이해 못 하거나 딴소리를 하는 건 많이 줄어서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왔다. 그래도 아직은 어려서 가끔 하기 싫은데 시켰거나 뭔가 집중이 안될 때는 오늘처럼 아는 문제 모르는 문제 다 틀려서 엄마의 극대노를 부르곤 한다.


딸기요정 알파벳도 가르쳤고, 한글도 가르쳤고, 숫자도 같이했던 엄마표의 역사가 그럭저럭 짧지 않지만 아직도 나는 극대노하지 않고 아이를 가르치는 게 너무 어렵다. 모르면 친절하게 설명 또 설명해 주는 자상한 엄마가 되고 싶지만 이번생에는 틀린 거 같다. 오늘도 반성한다. 제발 극대노만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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