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지만 알고 싶은 원인
처음 암진단을 받았을 때 정말 내가 왜?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때 나는 만 39세로 나이도 젊었고 가족력도 없었으며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있었던 적도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담배 같은 건 근처도 안 가봤고 술은 체질상 한잔도 못한다. 그런데 처음 해본 유방촬영에 암진단이라니. 기가 막혔다. 그래도 왜라는 질문에 빠지기가 무서웠다. 원인을 찾다 보면 모든 게 내 탓 같을까 봐. 내 잘못으로 이렇게 되어버린 거 같을까 봐. 그러면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후회돼서 감당이 안될 거 같아서 그저 사고 같은 거려니. 운이 없었으려니 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왜라는 질문은 덮어두고 오랜 시간 힘든 치료를 받고 한해 한해 지나며 조금씩 건강을 회복해 가면서 차츰 왜?라는 의문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왜였을까...
그제야 그저 흘려듣기만 했던 건강에 관한 얘기들이 내 얘기처럼 들려왔다.
1. 스트레스 관리 실패
나는 다소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을 것인데 스트레스받는다고 다 암에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혼자 조용히 쉬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에 마음도 편안히 가라앉히고 좋아하는 책도 읽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 사람인데 아이가 생기고는 밤이고 낮이고 평일이고 주말이고 애와 붙어있느라 혼자 쉬는 시간이 정말 일절 없었다. 일하는 엄마라 시간만 되면 아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더욱 그랬던 거 같다. 진짜 조용히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풀길 없는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고 결국에는 몸에 탈을 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술 한잔 못하는 것보다 어쩌면 술 한잔 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가끔 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회사를 안 다니니 전처럼 스트레스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혼자 쉬고 책도 읽고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영화도 보고 친구도 가끔 만나고. 그리고 어지간한 일은 가볍게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 부족한 수면
이것도 아주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임산부 시절부터 나는 잠을 잘 못 잤다. 그리고 신생아 육아가 그렇듯 아기 돌 전까지는 거의 숙면이라고는 없었던 거 같다. 거기다 허리는 망가져서 회복을 못했는데 아기가 15개월 때부터 왕복 4시간 거리를 출퇴근했으니 허리통증 때문에 잠까지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원래 잠이 그렇게 많은 사람은 아니다. 4~5시간만 자거나 그보다 더 못 자도 피곤하긴 하지만 활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더욱더 잠 못 자는 걸로 건강이 망가져가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지금은 카페인이 든 음료는 안 마시고 낮에 최대한 활동하고 밤에 잠을 꼭 7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한다.
3. 수분섭취 부족
얼마 전에 어떤 방송에서 수분섭취가 부족하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걸 보고 마음이 덜컹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회사를 다시 가고서부터는 아침에 물 한잔 안 마시고 출근하는 게 거의 대부분이었다. 광역버스를 타면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내릴 수가 없어서 아침에 물 안 마시는 게 습관이 돼버렸고 회사에 가서도 바쁘고 하다 보면 또 물 마시는 걸 잊기 일쑤였다. 정말 물을 한잔도 안마신 날도 잦았고 아마 만성적으로 수분이 부족했을 것 같다. 이것도 원인이 되었을까. 잘은 모르지만 몸에 아주 안 좋았을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자고 나서 미지근한 물 한잔을 꼭 마셔주고 평소에도 꼭 물을 챙겨마시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4. 좋지 않은 식습관
나는 일단 기본적으로 튀긴 음식과 맵고 얼큰한 음식, 한국인이면 다 좋아하는 그런 음식을 좋아한다. 치킨, 떡볶이, 순대국밥 등이 최애 음식들이다. 그리고 집에서 꼼짝 못 하고 아기를 키우면서 낮에는 혼자 있으니 거의 빵하나도 제대로 못 챙겨 먹다가 밤에 남편이 퇴근하고 나면 함께 야식을 자주 먹었다. 아기 재우고 작은방에서 티브이 보면서 이것저것 배달시켜다 먹는 게 그때는 그나마 하루의 낙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의 식습관이 있다고 모두 다 암에 걸리진 않겠지만 여러 가지 안 좋은 요소들과 합쳐져서 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엔 건강한 음식으로 끼니때에 맞춰 챙기려고 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엄청 타이트한 식단 같은 걸 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영양소를 골고루 챙기려고 신경을 쓴다.
5. 만성피로
정말 애 키우고 일하던 그 시절은 피곤한 건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동동거리면서 다녔다. 그 와중에 애밥도 꼭 내손으로 해먹여야하고 회사일도 남보다 더했음 더했지 빼질 않았다. 그때는 애도 잘 키우고 싶고 일도 잘하고 싶었다. 정말 다 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언제나 너무 힘들었고 피곤했다. 그때 뭐라도 좀 손을 놔버렸으면 괜찮았을까. 가끔 후회가 된다. 너무 힘들 때 그냥 일을 그만 두 던 지 애밥이라도 대충 먹일걸. 나의 능력을 넘어서서 한계에 도전하듯 일을 하다 보니 탈이 났지 싶다.
그래서 요즘엔 뭘 하든 내 컨디션을 봐가면서 조심조심하게 된다. 이제 안 좋아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를 아끼면서 뭐든 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저것 생각해 봤지만 똑 부러지게 이거구나 하는 원인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좋지 않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었던 건 분명하고 더 이상 몸이 견디지 못하고 탈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심조심 내 몸을 꼭 생각해 가면서 생활하려고 한다. 참고 견디고 한계에 부딪히다 보면 결국 어딘가는 탈이 나기 마련이므로 결코 그런 상황을 다시는 만들지 않는 게 나의 남은 삶을 살면서 꼭 잊지 말아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