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가 모두 끝난 후

조금은 변한 나

by 혀나

표적항암 14번이 끝이 나므로 드디어 길고 길었던 표준치료가 끝이 났다. 정말 병원건물만 봐도 구역질이 올라올 만큼 쉽지 않았던 치료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호르몬제 5년 복용 처방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고 몇 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듣는 추적관찰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는 한창 병원에 다닐 때는 유방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내과, 성형외과, 순환기내과, 안과, 산부인과 등등 진료 보던 과가 아주 많았는데 하나둘씩 진료가 종료되었다는 거다. 하나씩 이제 안 오셔도 돼요 하는데 그렇게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았다. 남은 과들도 1년에 한 번 정도 체크하는 곳이 많아서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시절에 비해 병원방문이 급격히 줄었다.


그리고 호르몬제를 먹기 시작했다. 달랑 약 한 알 먹는 거지만 호르몬제이다 보니 부작용이 있어서 쉽지는 않았다. 특히 먹기 시작한 첫해는 밤에 열나는 것처럼 덥고 조금만 덥거나 더운 느낌만 들어도 식은땀이 진짜 줄줄 비 오듯 흘렀다. 그해 여름에는 정말 이렇게 땀 흘리다가 탈수 오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났다. 나는 원래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거 좋아하는데 그해여름 너무 고생을 하고 다음 해가 되자 여름이 오기 전에 중고경차를 한대사고 거의 20년 가까운 장롱면허를 연수를 받고 살려서 아이픽업을 차로 하게 되었다. 진짜 살기 위해 운전을 시작한 거나 다름없다. 그래도 두 번째 해에는 몸도 약에 적응을 했는지 첫해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참 사람몸이라는 게 적응을 다 하나보다 싶다.


그리고 처음 머리를 다 밀어버린 지 거의 4년 만에 드디어 머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이 부분이 가장 감격스러운데 이렇게 회복되기까지 너무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짧고 머리숱도 없어서 정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예전만큼의 머리숱으로 다 돌아오진 않았지만 이 정도로 회복된 거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병색이 짙던 얼굴색과 손의 색도 서서히 돌아오더니 지금은 누가 봐도 병색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건강해 보인다. 한참 손이 까매졌을 땐 과연 이게 돌아올 건가 걱정이었는데 신기하게 다 돌아왔다. 아프다는 게 참 여러 곳에 영향을 주는구나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한 건 뭔가되었든 내가 소모되지 않을 방향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전엔 그냥 좀 참으면 되지 이 정도 피곤한 건 다 그런 거 아냐 하며 나의 힘듦은 그냥 뭉개는 게 일상이었는데 요즘엔 힘들면 그냥 좀 쉬고 몸안 좋으면 병원도 찾고 하기 싫으면 거절도 하고 정말 평생 안 해봤던 일들을 조금씩 해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별일이 없다는 걸 이제 안다. 싫은 걸 거절해도 문제없고 쉬고 싶을 때 방에 들어가서 쉬어도 별일 없다. 참 왜 그렇게 애달아하면서 동동거렸을까. 이제는 내 건강 앞에 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자세로 살아보려고 한다.


예전에 그때 고생좀했지 하면서 오래된 얘기로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건강한 할머니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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