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은 쉽다고 누가 얘기했는가
지난했던 선항암이 끝나고 수술도 무사히 마쳤지만 바로 이어서 방사선 치료와 표적항암이라는 산들이 남아있었다. 유방암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삼중양성이라는 유형이고 기수도 높았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치료가 복잡하고 많았다. 먼저 선항암을 6회 하고 수술을 한 후에 방사선치료, 이어서 표적항암치료를 해야 하고 그게 끝나면 호르몬제도 5년 이상 먹어야 했다. 다른 유형에 기수라도 낮았다면 치료기간이 훨씬 단축되었겠지만 나는 치료기간만 2년 가까이 필요했다. 다른 유형인 분들은 몇 개월 만에도 일상으로 복귀한다고 하던데 나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방사선 치료는 그전의 항암치료에 비하면 힘들지 않았지만 병원에 매일 가야 하고 치료부위를 표시해 둔 것 때문에 치료하는 동안에는 조심해서 씻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도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하면서 담담하게 받았다. 그나마 부작용도 크게 못 느껴서 다행스러웠다.(그런데 방사선 치료당시는 못 느꼈는데 몇 달 후에 폐에 방사선치료성폐렴흔적이 남아있었고 역시나 쉬운 건 없었구나 했다)
그것보다는 방사선 치료 이후의 표적항암이 또 다른 큰 걱정이 되었다. 선항암을 하고 수술했을 때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져 있는지 그게 수술 이후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케이스가 되지못했다. 분명 반은 다 없어진다고 했는데 나는 그 절반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 얘기를 들은 날은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선항암 하는 동안 그래도 이걸 받으면 암세포는 다 없어지겠지 하고 나도 모르게 믿고 있었는데 아니라고 하니 참 좌절스러웠다. 이 나이에 암 걸린 것도 억울한데 난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나 하며 암에 걸렸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 두 번째로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또 하나의 큰 걱정이 수술 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면 보험이 적용되는 표적항암 주사를 맞을 수 있는데 나 같은 케이스는 다른 주사를 권하셨다. 그런데 그 주사가 한 번에 500~600만 원이었고 14회를 맞아야 했다.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도 좌절스러웠는데 치료비까지 엄청나게 들어야 한다니 그때는 앞이 캄캄했다. 처음으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저 표적항암 주사도 내가 다른 주사를 맞기 시작하고 몇 달 후 보험에 포함이 되어 지금은 환자분들의 부담이 덜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만할 수는 없는 일이고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교수님께서 나에게 맞는 임상시험을 추천해 주셨는데 정말 다행히도 내 케이스에 맞았고 기존 표적항암보다 효과도 좋은 주사라고 잘 치료받으라고 해주셨다. 평소 딱딱하기만 하던 교수님도 그날은 따뜻하게 느껴지고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씩씩하게 표적항암주사를 시작했다. 표적항암은 선항암보다 부작용이 덜하고 머리카락도 자랄 거라고 해서 특히 너무 기대가 되었다. 어서 머리카락이 길어서 가발과 모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기에게는 머리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집에서도 늘 가발과 비니를 벗지 못하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표적항암을 시작하고 주사를 맞고 왔다. 확실히 그전의 선항암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긴 했다. 그래도 항암주사는 항암주사인 것. 거기다 그때는 코로나시절로 하필 첫 표적항암 주사를 맞았던 시기에 잘 피해 다니던 코로나에 걸려버려서 진짜 죽을 고생을 했다. 주사부작용에 코로나증상까지. 거의 뭘 먹지 못하고 약만 먹다 보니 일주일 만에 4킬로가 빠졌었다.
그렇게 주사를 맞으면 밥도 잘 못 먹고 구토 오심이 있었고 체력은 바닥을 치는데 아이는 돌봐야 하고 정말 비는 시간에는 거의 쓰러져있고 남은 힘을 끌어모아 애 밥 먹이고 숙제 봐주고 학원 데려가고 너무 힘이 들었다. 한 번은 여름에 발레를 데려갔는데 가발을 쓰고 있으니 너무 덥고 속도 안 좋아서 결국 화장실에서 토하기까지 했었다. 그걸 3주에 한 번씩 하니 피 뽑고 주사 맞는 게 진짜 지긋지긋 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머리는 왜 그렇게 안 자라는지 표적항암 맞는 1년 동안 결국 가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머리카락은 그로부터도 꼬박 1년이 지나서야 겨우 손질을 한번 해볼까 할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나중에는 병원 건물만 봐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처음에 씩씩하게 치료받고 담담하게 수술받던 내가 치료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나마 끝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그 생각만 하면서 그 시간을 버티고 버텼다.
그렇게 꼬박 1년 표적항암 주사를 끝내고서야 길고 길었던 표준치료가 끝이 났다. 정말 다시는 못할 짓이다 하며 병원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표적항암은 부작용도 없다더라 안 힘들다더라 쉽게 얘기하면 안 된다. 쉬운 항암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