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나에게는 아이가 운동 한 가지쯤은 좋아하고 잘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취미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매일 새벽수영을 거뜬하게 하고 겨울이 되면 설원에서 스노보드를 즐기고 주말이면 한강라이딩도 즐기는 그런 강인한(?) 여성으로 키우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딸기요정은 6세쯤부터 이거 저거 운동을 많이 시켜봤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일단 엄마 아빠를 닮아 운동신경이 너무나 없었고 체력도 아주 떨어지는 편이라 조금만 힘들어도 찡얼거리면서 포기하기 일쑤였다. 긴 운동 방랑기를 지나 결국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남겨보려고 한다.
6세 발레.
이것은 딸기요정의 발레복이 입고 싶은 욕구와 딸을 곧은 자세와 쭉뻗은 몸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나의 욕망이 딱 맞아서 신나게 시작했었다. 시작하면 또 제대로 하자주의라 발레슈즈는 물론이고 발레복도 여러 벌 구입해서 야심 차게 시작했다. 그렇게 예쁜 발레복을 입고 신나게 발레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딸기요정 생각하고는 프로그램이 많이 달랐던 거 같다. 빙그르르 돌고 예쁘게 춤을 추는 그런 생각을 하고 갔던 거 같은데 초급이다 보니 스트레칭이 많고 기본적인 동작들을 배우다 보니 재미를 많이 못 느꼈다. 그리고 유아발레는 수업 중에 아이가 화장실에 가게 되면 보호자가 직접 케어를 해야 해서 꼭 대기를 했어야 했다. 이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하필 한여름에 시작해서 좁은 대기실이 대기하는 어른들과 함께 온 동생들로 북적거려 너무 더웠고 거기다 좁고 불편한 의자에서 한 시간을 대기하자니 너무 고역이었다. 그 와중에 딸기요정은 계속 다리 찢기 때문에 다리가 너무 아프다 스트레칭이 힘들다 하기 싫다 찡얼거려서 결국 3개월 만에 발레와는 바이바이했다.
7세 축구
6세부터 다닌 미술학원위층에 축구교실이 있었는데 어느 날 딸기요정이 자기도 축구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체험수업을 신청해 보았다. 그런데 또래의 날쌘 남자애들 틈에서 공한번 차기도 힘들고 달리기도 현저히 느린 딸기요정은 수업 한 번에 바로 흥미를 잃고 등록을 포기했다.
7세 태권도
어느 날 병원에 갔다가 그 옆에 주짓수 도장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운동을 하는 걸 보더니 딸기요정이 자기도 저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주짓수는 좀 어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냥 포기할 수 없어서 여기도 주짓수와 비슷하다고 설득해서 태권도 도장에 등록을 했다. 딸기요정이 등록한 도장은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고 주말엔 아이들 취향저격 이벤트도 해주시고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태권도 버스를 타기 싫어하는 딸기요정을 주 3회 이상 도장에 직접 데려다주면서 잘 적응하길 바라고 바랬지만 역시나 운동이 어설픈 딸기요정은 쉽게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얼르고 달래 가며 보내던 어느 날 도장에 같은 유치원을 다니던 쌍둥이 동생들이 있었는데 딸기요정보고 자기들보다 줄넘기도 못한다면서 놀리고 말았다. 우리 딸기요정 자존심이 확상해 버렸고 태권도를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티기를 시작. 결국 태권도도 3개월 만에 바이바이하고 말았다.
8세 줄넘기
다른 지역은 모르겠는데 딸기요정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줄넘기를 엄청 자주 한다. 그래서 입학 전부터 줄넘기를 시켜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 그래도 줄넘기를 무슨 학원씩이나 보내나 싶은 마음에 1년을 버텼지만 결국 전문가의 손을 빌려보고자 겨울방학 특강에 등록을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보내고 1주일 정도가 되니 줄넘기를 너무나 바른 자세로 잘하는 거다. 내가 아무리 똑바로 하라고 해도 삐딱하기만 했던 줄넘기자세가 순식간에 바르게 고쳐지고 10개를 못 넘던 게 쭉쭉 개수가 늘어갔다. 진짜 지금도 너무 신기하고 전문가는 역시 다르구나 이래서 학원 보내는구나 감탄스럽다. 그렇게 10개도 못 넘던 줄넘기는 방학특강 한 번으로 안정적인 실력향상이 이루어졌고 처음으로 운동도전에 성공을 했다.
8세 수영
나는 물에 빠졌을 때 스스로 나올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원초적인 이유로 수영은 꼭 가르쳐야겠다 했는데 유아수영은 등록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초등 1학년이 되어서 원하던 수영장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딸기요정도 여름에 놀러 가서 튜브 끼고 수영하는 게 싫다고 자기도 언니오빠들처럼 그냥 놀고 싶다고 하던 참에 수영을 배워보자고 하니 흔쾌히 따라나섰다.
수영도 만만치는 않았다. 일단 겁이 없어져야 몸에 힘을 빼고 동작이 자연스러워지는데 거기까지 가기에 긴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운동을 한 시간만 하면 힘들다 찡얼거리는 저질체력은 큰 걸림돌이었다. 그래도 수영은 꼭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둘 수 없다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고 계속 끌고 갔다. 그러다가 겨울방학이 되었는데 딸기요정이 스스로 특강에 등록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자기 수영실력을 키워보고 싶다고. 이게 웬일 인가 해서 얼른 등록을 했다. 그래서 1학년 겨울방학은 줄넘기특강 3일 수영특강 2일 거기다 수영 본수업 1일까지 운동으로 가득 찬 스케줄이 되고 말았다. 과연 이 스케줄이 소화가 될 것인가 걱정스러웠지만 막상 딸기요정은 너무 즐거워했다. 줄넘기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재밌어하는 매직 그 자체였고 수영도 자주 하니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갔다. 그렇게 2개월을 하고 나니 수영실력이 는 것과 더불어 수영 한 시간은 거뜬히 하는 체력까지 훅 올라왔다. 그 이후로 수영은 제궤도를 찾으며 쭉쭉 실력이 향상되어서 자유형, 배영, 평영 차례차례 정복하며 선생님들께 칭찬도 듬뿍 받으면서 무엇보다 수영 가는 날을 기다릴 만큼 아주 즐겁게 수영을 다니고 있다. 딱 1년 만의 성과였다.
긴 운동방랑기를 지나서 재밌어하는 운동을 찾아 정착하기까지 물론 나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도전하고 또 도전한 우리 딸기요정에게 큰 칭찬을 보낸다. 우리 계속 이렇게 쭉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