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안 아팠던(?) 암수술 이야기
선항암 6차를 마치고 드디어 수술 날짜를 잡았다. 쉽지 않은 날들이었지만 시간은 흐르고 끝은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수술. 수술이라고는 애 낳는 거 말고는 해 본 적이 없는데 처음 하는 수술이 암수술이라니. 참 기가 막혔지만 어쩌겠는가. 이것 또한 지나가야지.
수술과 회복기간 때문에 입원이 길기도 했고 그 후에 바로 이어서 방사선치료도 매일 가야 했기 때문에 남편이 육아휴직을 썼다. 그나마 남편의 회사가 육아휴직을 써도 크게 문제가 없는 곳이어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입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차곡차곡 챙겨서 짐을 싸놓고 전날 딸기요정을 데리고 나들이를 갔다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엄마가 병원에 가야 해서 할머니집에서 잘 놀고 있으면 엄마가 금방 올 거라고 달랬다. 이런 때에 엄마 아빠가 안 계셨다면 어린 딸을 누구에게 맡길 수 있었을까. 새삼 부모님이 계신 게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막둥이 조카를 너무나 이뻐하고 사랑해 준 언니와 동생, 사촌동생을 살뜰히 챙겨준 우리 예쁜 조카들. 그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한 명 한 명 너무나 감사하다.
그렇게 수술전날 병원에 입원을 했고 다인실이 없어서 1인실로 들어갔다. 거의 특급호텔급 비용이 들었지만 그래도 전날 조용하게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전날부터 금식이라 배고픈 건 괜찮은데 목이 너무 말랐다. 그래도 어쩐지 마음이 편안했다. 지독했던 선항암이 드디어 끝났고 수술이라는 산만 넘고 나면 그다음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했었다. 그렇지만 그다음도 쉽지는 않다는 걸 그땐 몰랐지.
수술당일. 수술 시간이 오후시간으로 잡혀서 대기를 한참 했다. 불안하거니 무섭지는 않았다. 그냥 목마르다 배고프다 하고 있었던 거 같다. 그런데 수술실에 가기 위해 이동침대에 누워서 그땐 코로나가 한창이라 보호자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하고 수술실까지는 혼자 가야 했다. 그렇게 남편과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씩씩하게 갔다 올게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을 하는데 그 길이 참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어느 층으로 가서 구불구불 들어가고 여기저기 스쳐가며 한참 들어가는데 그제야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에 와있는 거지.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까. 수술실 앞에 도착해서 대기를 하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괜찮다. 금방끝날 거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진정하며 수술실로 들어갔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수술실에 들어가니 신기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지만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기억이 뚝.
그사이 남편은 가족들에게 내상황을 실시간 중계하고 있었다고 한다. 수술시간공지, 이동, 수술 중, 수술 끝, 회복실, 병실 올라옴 등등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내 상태를 계속 전달해주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기억도 없이 그냥 지나가버린 시간이지만 그 긴 시간 초조했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참 마음이 짠하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나는 눈을 뜨니 회복실이었고 거기서 좀 대기를 하다가 병실로 올라왔다. 병실로 올라왔더니 남편도 나를 담담하게 맞아줬다. 역시 우리답게 울고불고하는 재회는 없었다. 수술 후에는 바로 잠들면 안 돼서 새벽까지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 또 목마르다 배고프다 하며 그날밤을 보냈다. 가끔 통증이 있어서 진통제를 누르긴 했는데 생각보다 통증이 없었다. 유방암수술은 안 아프다고 어디선가 봤는데 설마 했더니 진짜 별로 아프진 않았다.
다음날이 되니 진통제를 누를 필요도 거의 없을 만큼 통증이 없었다. 무시무시한 암수술을 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없다니 신기했다. 가족단톡방에 아프지 않고 컨디션도 괜찮다고 톡도 남기면서 병원 편의점서 간식도 사다 먹으며 회복을 해나갔다.
수술부위는 거의 아프지 않은데 정작 병원침대가 딱딱하고 불편해서 허리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주렁주렁 달린 주사와 배액관들 때문에 씻을 수가 없었다. 찝찝함을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얼른 회복해서 집으로 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포근한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집으로 얼른 돌아가서 우리 아기를 꼭 안고 푹 자야지. 이제 괜찮다고.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엄마는 여기 있다고. 그렇게 토닥이며 재워주고 싶었다.
그렇게 큰 산을 하니 또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