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오셨는데 내년에도 오실 수 있을지
우리 딸과 나는 아직 같이 잠을 자는데 자기 전에 소소한 얘기를 나누다가 잠들곤 한다. 보통 학교 얘기, 친구 얘기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매년 12월 초쯤이면 나는 그냥 궁금하다는 듯이 딸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딸기요정은 산타 할아버지한테 무슨 선물 받고 싶어?'
그러면 작년까진 내가 착한 일을 많이 했을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까 하면서도 뭐가 갖고 싶다고 정확한 답을 줘서 우리 딸기요정은 배달 사고 없이 산타할아버지에게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받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었다.
그래서 올해도 변함없이 같은 질문을 했는데 나의 예상과는 다른 답이 돌아왔다.
'엄마 김도빈(가명)이 산타 할아버지는 없고 엄마 아빠가 선물 주는 거래'
심장이 철렁.
'아니야 너 매년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았잖아. 그 친구가 잘못 안 거야.'
극구 부인해 본다. 그러나 쉽사리 의심을 거두지 않는 딸기요정.
'근데 엄마, 작년에 산타할아버지 선물 포장지가 우리 집에 있는 거랑 똑같았어.'
아뿔싸 이것은 명백한 내 실수다. 포장지 따위 신경도 안 쓰더니 언제 봤지.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근데 포장지야 사면되니까 얼마든지 같을 수 있지. 그 포장지가 하나뿐이겠어'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부인해 본다.
'엄마 근데 그 동물의 숲 인형은 일본에서 사야 하는 거잖아. 엄마가 일본을 갔을 리도 없고 산타 할아버지인 게 분명해. '
겨우 한숨 돌렸다. 작년 산타 선물이 동물의 숲 캐릭터 인형이었던 게 천만다행이다. 오사카에서 동물의 숲 캐릭터 인형을 산 적이 있는 딸기요정은 그것들은 일본에서 만 파는 줄 알았던 거다.
이렇게 아이가 초등2학년이 되니 여기저기 듣는 이야기도 있고 또 나름 지각이 생겨서인지 굳건히 믿고 있던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슬슬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동심파괴하는 친구와 상황이 생기다니 내가 다 섭섭했다. 그래서 올해는 적극 변명하고 포장지도 집에 없는 걸로 다시 철저히 준비해서 산타 할아버지가 무사히 욌다 가셨고 딸기요정은 산타할아버지는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아시냐며 감탄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보니 이런 작고 귀여운 이벤트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내년에는 산타가 무사히 못 오실지는 모르지만 행복했던 기억은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