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에 봅시다

언젠가 교수님을 안 만나는 날이 오기를

by 혀나

청천벽력 같던 암진단을 받고 쉽지 않았던 선항암을 거쳐 난생처음 수술도 하고 길고 지루했던 표적항암까지 1년이 넘는 긴 치료의 시간을 보냈었다.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다 너덜너덜해졌고, 치료가 끝났을 무렵에는 병원 건물만 봐도 구역질이 나올 만큼 트라우마도 생겼었다.

그렇게 길었던 치료가 모두 끝났어도 병원에는 자주 갔다. 처음에는 재발의 위험이 은 상태라 자주 가서 검사하고 체크를 해보게 된다. 거기다 진료 보는 과가 여러 곳이다 보니 각각 스케줄이 생겨서 더욱 자주 갔었다. 그러니 병원이 참 익숙하고 이곳이 내 집인가 싶고 그 동네 식당들까지 두루섭렵하며 지냈었다.

그런데 치료가 끝나고 1년, 2년 시간이 지나니 진료가 종료되는 과도 생기고 병원을 가는 간격도 점점 벌어지게 되었다. 성형외과에서 2년 후에 봅시다 하시는데 어찌나 좋던지. 그래도 그때까지는 유방외과, 종양내과는 자주 가던 때라 크게 달라진 건 못 느꼈다.

처음엔 병원을 한 달에도 몇 번씩 가다가 몇 개월에 한 번씩 가고 그러다 6개월 만에 가고 하다 보니 너무 자주 봐서 익숙했던 병원도 조금씩 낯설기도 했다. 오랜만에 가니 주변 식당이나 가게들도 바뀌어있고, 자주 보던 교수님들도 가끔 보니 지난번보다 살이 좀 찌셨나 하며 달라져 보이기도 해서 점점 내가 병원을 자주 오지 않는구나를 실감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암진단을 받고 수술도 받았던 유방외과 진료를 보던 날 교수님이 지난번보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중 검사결과는 다 좋고 교수님이 드디어 내년에 봅시다라고 하시는데 갑자기 마음이 찡했다.

내년이라니. 이런 얘기를 듣는 날이 오는구나! 고생이 많았다 나 자신. 힘들어도 견디다 보니 시간은 가는구나.

비록 젊은 나이에 암환자가 되어서 힘든 치료를 받고 고생했지만 치료도 수술도 무사히 끝내고 다행히 지금까지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 거기다 이제는 병원도 가끔 오라 하시니 어찌나 기쁜지.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밝게 인사하고 돌아 나왔다.

앞으로 1년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교수님이 이제 오지 마세요 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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